투자 유치나 M&A 협상에서 “우리 회사의 가치는 얼마인가요?”라는 질문만큼 자주 오가는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업이라도 누가, 얼마만큼의 지분을 사느냐에 따라 ‘가치’는 크게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A사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경우와 30%만 인수하는 경우, 주당 가격은 같아야 할까요?

또한, 코스피 상장사 주식 1억원어치 와 비상장 스타트업 주식 1억원어치의 실제 가치는 동일할까요? 기업가치평가 실무에서는 이 두 질문에 모두 “아니요”라고 답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소수주주지분할인(DLOC, Discount for Lack of Control)과 비유동성할인(DLOM, Discount for Lack of Marketability)이라는, 가치평가의 ‘숨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① DLOC: 경영권이 없으면 할인된다

소수주주지분할인(DLOC)은 ‘경영권이 없는 지분은 지배지분보다 가치가 낮다’는 현실을 반영한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기업의 총지분가치가 1,000억 원일 때,

 

  • 51%를 인수하면 단순 계산으로 510억 원이지만 실제 거래가는 600억 원이 될 수 있습니다. (경영권 프리미엄)
  • 반대로 10%만 인수하면 100억 원이 아니라 80억 원 수준에서 거래될 수 있습니다. (소수지분 할인)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요?
소수주주는 회사의 핵심 의사결정(사업 방향, 배당 정책, 경영진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고, 경영정보 접근도 제한됩니다. 즉, 자신의 투자 수익(배당, 유보이익 등)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시장은 이를 ‘할인’하여 평가하는 것입니다. 실제 2025년 기준, 최근 2년간 상장회사에서 최대주주 변경이 수반된 거래를 분석해 보면,  평균 경영권 프리미엄은 약 64% 수준으로 나타납니다. 즉, 경영권이 없는 지분은 대략 40%(경영권 프리미엄 역산도출) 가까이 낮은 가격에 거래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무에서는 ‘유사 거래 비교법’이나 ‘경영권 프리미엄 역산법’으로 DLOC(=1-(1/(1+경영권 프리미엄))을 산출합니다. 즉, 실제 M&A 사례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이 얼마나 붙었는지를 거꾸로 계산해 소수지분에 대한 할인율로 환산하는 방식입니다.

 

 

② DLOM: 현금화가 어렵다면 또 한 번 할인된다

비유동성할인(DLOM)은 “지금 팔 수 없는 주식은 가치가 낮다”는 원리를 반영합니다. 상장주식은 언제든 시장에서 매도할 수 있지만, 비상장주식은 당장 팔 수 없습니다. 이런 자산은 ‘현금화가 어려운 리스크’를 반영해 추가로 할인됩니다. DLOM의 크기를 결정하는 요인은 다양합니다.

 

  • 가장 직접적인 것은 매각 제한 기간입니다. 락업 기간이 길거나 IPO 계획이 불확실할수록 할인율이 커집니다.
  • 산업 내 M&A 시장의 활발함, 유사 거래사례의 존재 여부, 해당 기업의 재무건전성 등도 영향을 미칩니다.

실무적으로는 두 가지 접근법이 널리 쓰입니다.

  1. IPO 전후 가격 비교법
    상장 직전 비상장 주식의 거래가격과, 상장 후 시장가격을 비교해 할인율을 계산합니다.
    한국 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20~35% 수준의 DLOM이 관찰됩니다.
  2. 풋옵션 모델(Black-Scholes 모형 활용)
    매각 제한 기간이 명확할 때, ‘유동성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옵션 비용’을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보다 이론적이지만, 제한 기간이 뚜렷할 경우 정교한 산정이 가능합니다.

③ DLOC와 DLOM이 함께 작용하면?

DLOC와 DLOM은 독립된 개념이지만, 실제 거래에서는 동시에 적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소수지분(10%)이면서 비상장 상태인 회사의 주식이라면, 

 

  • 경영권 부재로 약 30~40% 할인(DLOC),
  • 유동성 제약으로 약 20~30% 추가 할인(DLOM),

즉, 합산하면 50% 이상 가치가 조정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가격을 깎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지분이 가진 실질적 한계와 리스크를 반영하는 조정 메커니즘입니다.

 

 

④ 마무리: 가치와 가격 사이의 균형

결국 DLOC와 DLOM은 숫자상의 할인율이 아니라, “지분이 가진 권리와 제약을 현실적으로 반영하는 장치”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위험을 평가하는 기준이고,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협상 과정에서 자신의 기업가치를 방어하기 위한 논리입니다. 즉, 성공적인 거래는 이 두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협상 테이블 위에서 ‘가치와 가격의 균형’을 찾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기업가치평가의 핵심은 숫자가 아니라 맥락(context) 입니다. 지배력, 유동성, 시장 환경 등 현실적 요소를 반영할 때 비로소 ‘진짜 가치’가 드러납니다. DLOC와 DLOM을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평가기법을 아는 것이 아니라, 거래의 본질을 이해하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