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초신선 전략으로 주목받다.
정육각은 2016년 카이스트 출신 창업자가 설립한 신선식품 스타트업입니다.
창업자는 제주도에서 맛본 ‘갓 도축한 고기’ 경험을 계기로, 기존의 냉장 유통과 차별화된 “도축 후 4일 이내 배송”이라는 초신선 콘셉트를 내세웠습니다. 2016년 초창기에는 돼지고기를 중심으로 판매하기 시작했지만, 2018년부터 닭고기·소고기·달걀· 우유 등으로 품목을 확장했습니다. 당시 경쟁사인 컬리가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내세운 것과 달리, 정육각은 한층 더 과감한 ‘초신선 배송’을 강조하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2. 빠른 성장과 대규모 투자
정육각은 빠른 성장세와 차별화된 전략으로 투자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창업 이후 여러 차례 투자를 유치하며 누적 투자금은 약 1,200억 원에 달했습니다. 특히 2022년 시리즈 D 투자 당시 기업 가치는 약 4,000억 원으로 평가되며 예비 유니콘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주요 투자자는 에이티넘, 스톤브릿지, 산업은행, 네이버 등 다양한 기관이었으며, 일부는 재무적 투자자(FI), 일부는 전략적 투자자(SI) 성격을 띠었습니다. 정육각은 이 자금을 활용해 물류 시스템, 온라인 플랫폼 고도화, 브랜드 확장에 나섰습니다.
3. 초록마을 인수,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
2022년, 정육각은 대상그룹이 보유하던 유기농 식품 브랜드 초록마을을 약 900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당시 정육각 매출은 약 400억 원에 불과했지만, 초록마을은 2,000억 원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작은 기업이 큰 기업을 인수한 이례적인 상황은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라는 비유로 회자되었습니다. 정육각은 이 인수를 통해 온라인 중심 축산물 유통에서 벗어나, 오프라인 채널과 농식품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인수 자금 중 530억 원은 투자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370억 원은 단기 차입으로 조달하는 구조였습니다. 이는 곧 재무 부담으로 이어졌습니다.

4. 매출 성장, 그러나 누적된 적자
정육각은 매출이 꾸준히 성장했지만, 흑자를 낸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구분 | 2018년 | 2019년 | 2020년 | 2021년 | 2022년 | 2023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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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액 | 19억 | 41억 | 163억 | 401억 | 415억 | 283억 |
영업이익 | -11억 | -26억 | -80억 | -252억 | -283억 | -67억 |
순이익 | -11억 | -28억 | -80억 | -264억 | -765억 | -315억 |
2018년 매출 19억 원에서 2022년 415억 원까지 빠르게 늘었지만, 2023년에는 283억 원으로 다시 감소했습니다. 특히 2022년 이후 영업손실과 순손실이 급격히 확대되며 재무 건전성이 크게 흔들렸습니다.
5. 급격히 늘어난 차입 구조
초록마을 인수 이후 정육각은 단기 차입에 의존하게 되었고, 이자율은 최대 12%에 달했습니다.
차입처 | 종류 | 이자율 | 2022년 | 2023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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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캐피탈 | 브릿지론 | 8.5% | 320억 | 320억 |
신한은행 | 운영자금대출 | 4.74% | 100억 | 100억 |
초록마을 | 운영자금대출 | 5.63%~6% | 50억 | 63억 |
기타 | 운영자금대출 | 12% | – | 32억 |
이자 비용은 2022년 47억 원(매출 대비 11%), 2023년에는 66억 원(매출 대비 23%)에 달했습니다. 특히 2023년 말 기준 현금 잔액이 570만 원에 불과해, 사실상 운영자금이 고갈된 상태였습니다.
6. 회생 절차와 업계 시사점
결국 정육각은 2025년 초록마을과 함께 법원에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했습니다. 이는 직원, 거래처, 투자자 모두에게 큰 충격을 안긴 사건이었고, 업계에서는 “무리한 확장 전략과 재무 부담이 결합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정육각 사례는 두 가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첫째, 빠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구조는 지속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둘째, 대규모 인수 확장 결정은 자금 조달 구조와 재무 안정성이 뒷받침될 때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정육각은 초신선 전략으로 주목받아 1,2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예비 유니콘에 선정되었지만, 초록마을 인수 이후 급격한 재무 부담과 누적 적자로 결국 회생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화제성과 성장 가능성을 갖춘 스타트업이지만, 재무 건전성과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