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겨울로 기억합니다. 당시 이름도 생소했던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이라는 단어가 고객사 미팅 테이블에서 논의되고 있었습니다. 미팅 주제는 간단했습니다.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을 어떻게 처리하고 신고해야 하는가.

당시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1~2백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당연히 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이었습니다. 블록체인이 뭔지, 분산원장이 뭔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비트코인이 왜 백만 원이나 하는 건지.

5년이 흘렀고, 결과는 여러분들이 모두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물론 더 먼 미래는 아무도 모르지만, 당시 고객사에게 제공했던 비트코인 회계와 세무처리에 대한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여 공유합니다.


1. 회사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무엇으로 회계처리 해야 하는가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재고자산 혹은 무형자산”입니다. 비트코인을 어떻게 처리하냐를 두고 많은 논의가 있었고 그 과정에 거론된 후보 넷은 현금및현금성자산, 금융상품, 재고자산, 무형자산입니다.

1) 현금및현금성자산: 사실상 Cash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 많은 부분이 충족되지 않아 탈락(회계기준은 상당히 보수적입니다)
2) 금융상품: 금융상품(예. 펀드)은 양 거래 당사자의 계약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비트코인은 이를 충족하지 않으므로 탈락
3) 재고자산: 영업활동을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은 재고자산처럼 회계처리해야 함(다만, 영업활동의 범위가 상당히 주관적이고 넓습니다)
4) 무형자산: 보이지 않고, 자산성(미래 경제적 효익을 가져다 줌)은 점점 있어 보이고. 주된 영업활동과 관련 없이 보유하고 있다면 무형자산으로 처리해야 함

즉, 비트코인을 보유한 회사가 그 비트코인을 통해 다양한 영업활동에 사용한다면 “재고자산”으로, 영업보다는 투자, 결제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경우 “무형자산”으로 처리하는 것입니다.

2. 업비트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위처럼 두 가지로 분류하여 회계처리하고 있습니다. 거래소를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영업활동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코인들은 유동자산 항목의 “암호화폐”라는 이름으로 처리하고 있고, 그 외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비영업용 자산(자회사 보유분인 것으로 판단됨)은 “무형자산”으로 구분해서 기록하고 있습니다.

조금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업비트 별도재무제표에는 비트코인 등이 “암호화폐”로만 존재하고 연결재무제표에는 “암호화폐”와 “무형자산”으로 구분되어 기록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꼭 “재고자산”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은 것은 업비트가 코인을 “상품, 제품”처럼 판매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혼란을 줄이려는 목적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계정과목 이름은 그리 중요하지 않고, 이름과 상관없이 어떤 기준에 따라 회계처리할 것인지가 중요할 뿐입니다.

즉, “암호화폐”라 이름지어 재무제표에 기록했지만 “재고자산”의 회계처리 기준을 준용하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비트코인의 입출 내역을 모두 기록하면서 단가를 계산하고 있고(이동평균법 적용), 비트코인의 수불내역과 단가를 모두 고려하여 회계처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빗썸은 IFRS가 아닌 일반기업회계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조금 다르지만 크게 유동자산의 범주 안에 “가상자산”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3. 두 개로 나누어 인식하면 무슨 차이가 있는 거냐

재고자산”으로 인식한 비트코인은 순공정가치로 평가해서 평가이익이나 평가손실이 발생하면 해당 기간의 손익으로 인식합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비트코인의 상승,하락에 따른 평가손익을 손익계산서에 그대로 계산해서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입니다(업비트와 같은 거래소의 비트코인 재고자산은 일반적인 제조업의 재고자산 저가법 회계처리를 적용 받지 않음)

무형자산”으로 인식한 비트코인은 이렇게 시세를 곧이 곧대로 반영하지 않고, “손상” 여부만 판단해서 손상이라고 판단될 경우에만 마이너스 처리하게 됩니다. 즉, 시가가 오르더라도 이는 고려하지 않고, 시가가 많이 떨어졌을 경우에만 손상차손으로 처리하는 것입니다(무형자산도 재평가모형을 적용하면 평가증 처리할수 있으나 현재까지는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임)

왜 이렇게 다르게 회계처리하냐. 근본적인 이유 한 가지만 거론하자면 회계의 “보수주의” 때문일 것입니다. 즉, 회계는 좋은 것은 엄격하게 평가하고, 나쁜 것은 바로바로 처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영업목적으로 활발하게 거래되는 것이 아닌 무형자산들은 이익은 무시하고 손실만 반영해서 보수적으로 기록하라는 의미입니다.

4. 비트코인, 세금은?

세금은 법인과 개인으로 나누어 생각해야 합니다. 워낙 개인 투자자가 많으니 비트코인 개인 세금 문제까지 간단히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우선 법인은 심플합니다. 법인격 실체가 비트코인의 매수, 매도로 실질 이익을 얻었고, 순자산 금액이 증가했다면 해당 금액이 법인세 과세대상 소득에 포함됩니다. “순자산”이 증가하는 모든것에 법인세를 부과한다는 순자산증가설을 따라야 합니다. 다만, 비트코인을 계속 보유중이라면 시세가 올랐더라도 법인세는 납부하지 않습니다. 즉, 팔아야 수익이 실현된 것이라는 기본 논리는 비트코인도 당연히 적용됩니다.

개인은 조금 다릅니다. 사실 지금까지 납세 의무가 없었습니다. 개인에 대한 세금은 소득세법에 “열거”되어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열거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21년 여름 즈음에 2022년부터는 기타소득으로 열거하여 과세하겠다고 공시하였으니 2022년부터는 개인이 사고파는 비트코인의 수익에 대해 과세하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논란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정확한 과세가 아직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세법 개정에 발표한 비트코인 과세 절차 및 로직에 상당히 많은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 및 여러 암호화폐 특성상 해외 월렛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많고, 이런저런 특이한 거래가 많은 상황에서 이를 기타소득으로 일괄 신고하게 하는것이 잘 될 리 없어 보입니다. 게다가 2030 청년들의 민심을 무시할수 없어 유력 대선후보들도 비트코인 과세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즉, 2022년에 잠시 시행되었다가 엄청난 혼란과 논쟁을 야기할 것이고 새 정부의 기조에 따라 법이 다른 방향으로 개정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 암호화폐 수익을 신고할 거야”라고 나설 사람이 많아 보이지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