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하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사업 자금 마련하는 것을 유식하게 ‘자본조달’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자본조달의 방법과 중요 포인트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요약하면, 1) 인맥을 활용하는 것, 2) 경쟁 심리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1. 3F를 아시나요?

조금 가볍게 시작해 보겠습니다. Family, Friends, Fool의 3F입니다. 좀 철없어 보이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자본조달 방식인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족과 친구가 먼저 떠오르죠. Fool은 바보를 의미합니다. 사업이 처음인 나에게 돈을 대줄 바보… 뭐 그렇다고 합니다. 우스갯소리는 넘어가고 본격적인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2. 돈 빌려주세요.

자본조달의 가장 흔한 방식 중 하나입니다. 특히 오랜 시간 저금리가 유지되며 과거에 비해 싼 가격으로 자본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이자율은 은행에게 돈을 빌리는 대가로 지불하는 금액이고, 최근의 낮은 이자율은 돈의 가격이 싸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은행이 돈을 빌려줄 때 고려하는 요소들은 무척이나 다양합니다. 그중 몇 가지 중요한 포인트를 살펴보겠습니다.

재무현황

매출, 손익, 채권, 채무 등 재무현황은 당연히 은행 대출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여러 은행은 대출 시, 연장 시 등 중요한 시점마다 기업의 재무제표를 요청합니다. 각 은행별로 검토하는 재무비율이 존재하고 이런 재무적 요소가 대출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러니 평상시 기업의 재무관리를 잘 해두면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산업/사업 분류

어떤 산업 군에 속하고 어떤 사업을 영위하는지 그 분류에 따라 대출이 영향을 받습니다. 전통적으로 안정적인 산업 군에 속할수록 대출 조건이 좋을 가능성이 높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닙니다. 정책적인 목적으로 출시된 대출들이 있고 이 경우 벤처/스타트업 등 기술 기반 회사들도 산업분류에 따라 특정 목적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담보

사실 대출의 가장 key는 담보입니다. 담보가 좋으면 당연히 대출도 잘 나오지만 어떠한 담보를 제공할 수 있는지는 개인의 상황, 회사의 상황이 천차만별이어서 참고만 해 주시면 됩니다. 다만, 흔히 알고 있는 부동산, 신용 담보 외에도 채권 담보, 예금 담보, 저작권 담보 등 다양한 종류의 자산이 담보가 될 수 있다는 점은 기억할만합니다.

신용보증/기술보증 등

담보와 비슷한 효력을 보유한 것이 바로 보증입니다. “함부로 보증서지 마라”라는 말 아시죠? 그만큼 대출의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어서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보증은 개인의 보증은 아니고, 국가기관의 보증입니다.

특히 기업 초기에는 대출을 받기 어려운데 흔히 기보/신보라 불리는 국가보증기관에서 우리에게 보증서를 발급해 주고 이 보증서를 토대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 기관에서 발급하는 보증서의 종류도 굉장히 다양하므로 각 기업 상황에 맞는 보증서가 있는지 잘 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업 초기 기업들에게 제공하는 보증, 특정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에게 제공하는 특별한 보증 등 다양합니다.

개인의 신용

개인의 신용은 보통 개인의 최근 소득과 관련성이 높습니다. 보통 기업이 돈을 빌릴 때 연대보증인으로 대표이사의 신용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이 경우 대표이사 개인의 신용, 소득이 대출에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법인의 대표이사 혹은 주요 의사 결정권자의 기본급이 기업 대출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참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개인의 신용이 개인 대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고요.

2-1. 돈을 잘 빌리는 방법?

사실 위 내용은 기본 상식입니다. 위 내용을 아는 것과 돈을 잘 빌리는 것에 큰 상관관계는 없습니다. 돈을 잘 빌리기 위해 더 중요한 요소 세 가지는, 1) 다양한 은행 담당자와 직접 상담하는 것, 2) 가급적 의사결정 권한이 많은 분(즉, 높은 분)과 상담하는 것, 3) 그 과정에서 적절한 비교 경쟁 상황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굉장히 불공평하고, 냉정하고, 짜증 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자세히 설명해 주더니 기껏 돈을 잘 빌리는 방법이라고 제시한 내용이 고작 ‘인맥’이라니. 네 맞습니다. 참 불공평합니다. 그렇지만 냉정한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위 내용들을 잘 인지하고 준비하되, 은행의 인맥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루트로 알아보고 주변 지인에게 부탁할 수 있는 것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은행 중 좋은 조건을 만들 수 있도록 적절히 협상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꼭 기억하세요.

3. 투자해 주세요.

자본조달 방식 중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영역입니다. 그래도 중요 요소별로 포인트를 짚어봤습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영역이니 자세한 내용들은 추후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누구한테 투자 받아야 하는가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 당장 투자 받는 것 자체가 급하고 중요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한테 투자 받아야 하는지는 아주 중요합니다. 과연 나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투자자인지, 블랙엔젤일 가능성은 없는지, 투자업계의 평판은 어떠한지 등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특히 초기 투자자는 광의의 개념에서 동업자 성격도 일부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동업자를 고르는 것과 같은 마인드로 투자자를 만나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정말 자신 있는 사업가들은 투자자도 고를만한 배포와 자신감이 있습니다.

얼마를 투자 받아야 하는가

투자 받는 돈은 절대 공짜가 아닙니다. 돈을 빌리는 것은 이자가 존재하고 투자는 이자가 없어서 공짜 같지만 피 같은 우리의 주식을 제공해야 합니다. 투자를 받으면 이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지도 중요한데 이건 회사의 목표, 산업 특성에 따라 결정해야 합니다. 얼마를 투자 받아야 하는지에 정답은 없지만 기업의 step 별 목표가 명확할수록 이를 잘 결정할 수 있습니다.

10억의 돈을 투자 받아서 아주 알차게 쓰는 기업은 그 이후의 투자도 잘 풀릴 가능성이 높지만, 100억의 돈을 투자 받은 후 그 돈을 잘 쓰지 못한다면 후속 투자가 유치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무작정 많이 투자 받는 게 좋은 것은 아니니 내가 쓸 곳을 명확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투자 받아야 하는가

‘투자’라는 단어는 하나지만 그 방식은 상당히 다양합니다. RCPS, 전환사채, 우선주 등등 어려운 용어가 많이 등장합니다. 또 그 속을 들어가면 더욱 복잡해집니다. 리픽싱, 콜옵션, 풋옵션 등등 투자 방식은 너무나 많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경영자와 파운더들의 공부가 필요합니다. 물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의미 있지만 제 생각에 너무나도 중요한 요소가 많기 때문에 경영자 스스로가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영역입니다.

어떻게 투자 받아야 하는가

투자를 받을 거면 적절한 타이밍에 좋은 조건으로 투자 받아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투자를 잘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책 한 권으로도 부족할 분야인 것 같아 투자를 잘 받기 위한 중요 조건으로 대신하겠습니다.

3-1. 투자를 잘 받는 방법?

투자를 잘 받는 방법은 수없이 많습니다. 투자자가 좋아하는 요건들을 많이 갖추면 되는 거죠. 그런데 투자자가 좋아하는 요건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보니 복잡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런 이야기는 차치하고 조금 더 인간 본질적인 부분으로 접근해 보겠습니다.

투자를 잘 받으려면, 투자자들 간의 경쟁을 만드는 것이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비즈니스 세계는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경쟁 상황은 비경쟁 상황보다 당연히 좋기 때문에 이를 현명하게 활용해야 합니다.

투자자들의 본업은 ‘투자’입니다. 그들은 주어진 자본을 주어진 시간에 좋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본업이기 때문에 투자자들 간에 적절한 경쟁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면 이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다양한 잠재투자자들을 만나며(이렇게 다양하게 만나기 위해서라도 인맥은 중요합니다.) 현재 우리 회사의 투자유치 상황을 적절하게 공유하는 것 자체로도 의미 있습니다. 하나의 잠재투자자에 목을 매고 올인할 이유가 없습니다. 즉 투자유치도 끌려다니면 안 됩니다.

우리 회사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면 슬퍼지겠지만, 가끔은 누가 봐도 매력적인 회사들이 하나 또는 두 개의 투자사에 얽매여 불리하게 딜을 진행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피해야 합니다. 잘 준비하고 좋은 타이밍에 다양한 잠재 투자자들을 만나며 딜을 이끌어 나가는 요령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