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의 초기 단계를 지난 스타트업은 여러 이유에서 자회사를 설립합니다. 브랜드별로 법적 실체를 달리하기 위해서, 새로운 사업을 기존 사업과 분리하기 위해서, 기타 법적인 제한으로 등등 자회사가 설립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당연한 개념이지만 모회사가 출자하여 자회사의 주주가 되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모-자회사의 구조는 대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 가릴 것 없이 자주 발생하는 사례입니다. 당연히 법적으로나 세무적으로나 그 설립 및 운영 자체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법적으로 별개의 회사들을 하나의 회사로 간주하여 운영할 때, 생각지도 못한 문제점들이 누적될 수 있습니다.
1. 문제의 원인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모-자회사의 구조 자체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다만 1) 한 회사가 지속적으로 손실이 발생하고 2) 두 회사를 하나의 회사처럼 운영할 때 3) 회사의 회계/재무적 역량이 부족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2. 위험한 거래
모-자회사 간에 거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상품/제품 등을 거래할 수도 있고, 무형의 서비스를 주고받을 수도 있습니다. 제3자와의 이러한 거래는 별문제가 없습니다만, 모-자회사의 특성상 거래를 조작할 유인이 존재합니다. 한 회사가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이라면, 거래 가액을 조정하여 한 쪽으로 이익을 분여 할 수 있습니다. 손실이 발생하는 회사를 위해 상품/제품 등을 시가보다 현저히 싸게 거래할 수 있고, 무형의 서비스는 거래금액 없이 무상으로 제공할 여지도 충분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거래 발생 후 정산되지 않는 채권/채무도 문제입니다. 제3자와의 거래라면 당연히 정산해야 할 채권/채무가, 모-자회사라는 특수성으로 정산되지 않고 계속 누적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추후 세무조사 시 문제가 됩니다. 국세청은 시가보다 높게/낮게 거래하는 행위, 채권을 변제하지 않는 행위 등을 한쪽으로 이익을 분여했다고 보는 것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추후 실사 과정이나 임의감사/법정감사 수감 시 정산되지 않는 채권은 돌려받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 그 금액이 비용으로 처리되어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3. 대책 없는 자금거래
한 회사에 지속적으로 손실이 발생한다면, 다른 회사가 자금적으로 도울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자회사에 손실이 발생하는데, 추가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대여/차입 형태로 자금 문제를 해결합니다. 유상증자 보다 간편하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고, 추후 회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모-자회사 간의 자금 거래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정상적인 거래입니다. 다만, 이야기 한 것처럼 하나의 회사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할 때 문제가 생깁니다. 금전소비대차 약정서도 작성하지 않고, 적정한 이자도 지급하지 않고, 만기에 상환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모범 해답처럼 약정서도 작성하고, 이자도 제때 제대로 된 금액을 지급하고, 상환 약정도 잘 지키면 좋겠지만 한 회사에 손실이 누적되면 잘 지켜질 수가 없습니다. 하나의 회사로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사정을 봐주게 되고, 이러한 것들도 추후 문제가 됩니다. 앞서 설명한 사례와 유사하게 세무조사 때도 문제가 될 것이고 실사/감사 과정에서 빌려준 금액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 손실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4. 회계 난이도 상승
각 회사는 법적으로 별개의 실체이므로, 당연히 각각 회계/세무 업무를 처리해야 합니다. 각 회사별로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각종 세무 신고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하나의 실체라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에 하나의 회사로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분석하고자 하는 유인이 존재합니다. 특히나 투자유치 후, 투자사에서 자주 요청하는 사항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지분법’이나 ‘연결재무제표’를 요구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스타트업은 대부분 회계적 역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데 위와 같은 회계적 과제는 상당한 난이도가 있으며, 앞서 설명한 모-자회사의 거래가 복합적으로 산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코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닙니다.
이처럼, 별생각 없이 설립한 자회사가 추후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자회사 설립의 목적, 방법, 관리 방향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보고 신중하게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