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대 초반은 코로나로 인한 유동성 확대로 투자 시장이 활성화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여러가지 회사가 투자를 받거나 상장을 했습니다. 당시에 평가된 기업가치는 단순히 전통적인 기업가치 평가방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경우가 빈번했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새로운 평가방법을 적용한 사례가 생겨났습니다. 시장에서 많이 사용되지 않던 독특한 기업가치평가방법과 논리를 통하여 각각 상장과 매각을 했던 3개 회사의 현재까지의 성적표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밸류에이션(기업가치평가)의 한계와 재미를 동시에 느껴보고자 합니다.
오늘은 마지막 시간으로 우아한형제들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은법인명보다는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고 있는 국내 최대 배달 플랫폼 브랜드 ‘배달의민족’으로 흔히 알려져 있는 회사입니다.
(1) History
우아한형제들은 2019년말, 당시 한국에서는 ‘요기요’라는 ‘배달의민족’의 경쟁 플랫폼을 운영하던 독일의 글로벌 배달 플랫폼 회인 딜리버리히어로에 회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합니다. 당시 기업가치는 40억달러, 원화를 기준으로는 약 4.7~8조원 사이로 평가되었으며, 독점 등의 이슈가 있었으나 딜리버리히어로가 요기용 운영을 포기하고 배달의민족을 선택함으로써 일단락되었습니다.
매각이 이루어진 2019년 11월 당시 코스피의 시총 순위를 살펴보면 4.7~8조가 얼마나 대단한지 더 실감할 수 있습니다. 매각 당시 평가액은 당시 코스피 시총 기준으로 약 49위, 배달의민족 바로 위로는 LG디스플레이, 현대건설, LG유플러스 등이 있고 그 아래로 미래에셋대우, GS, 삼성중공업, 현대제철 등 위아래로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유수의 대기업들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2) 인수당시 재무정보
‘배달의민족’이 압도적인 1위 배달 플랫폼이었고 그만한 재무실적이 나왔던 걸 수도 있기에 인수 당시 재무정보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분명히 대단한 실적이지만 평가액에 비하면 다소 초라한 실적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인수가 이루어진 2019년 11월을 직전 재무정보인 2018년 기준으로 PER은 약 766, EV/EBITDA는 75.6, PBR 17, PSR 15 로 멀티플 배수가 일반적인 수준보다 굉장히 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 평가방법
너무나 당연하게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평가액에 대한 의문이 있었고 이를 매수자인 딜리버리히어로 측의 설명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은 플랫폼회사로서 전체 거래액의 일정 부분만을 수수료로 수취하여 매출로 계상되는 구조임
- 예를 들어, 수수료가 5%라고 가정할 때 결제액이 10,000원이라고 하더라도 우아한형제들이 인식하는 매출은 500원 밖에 되지 않음
- 이러한 플랫폼기업의 가치를 산정하는데는 매출보다는 거래액(GMV, Gross Merchandise Volume) 이 중요함
- 인수가격은 2019년 예상 연간 거래액의 약 0.6배로 산정됨
즉, 딜리버리히어로는 배달의 민족에서 발생하는 거래규모가 우아한형제들의 가치를 산정하는 핵심지표라고 생각했고 이를 기준으로 멀티플 0.6배를 적용했다는 설명입니다. (이를 토대로 볼 때 배달의 민족의 GMV는 약 8조원이고 거래액 대비 수수료율은 약 7% 정도로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GMV 등 재무실적이 아닌 기타 지표를 활용하는 것이 완전히 새로운 평가방법은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소규모 딜이나 프리A, 시리즈A 등 초기 기업에 많이 적용하던 논리이고 큰 규모의 딜에서는 선호되지 않는 평가방법이었음을 감안하면 투자도 아닌 인수에서 그것도 조 단위의 딜에서 이런 평가방법이 적용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었고 이에 대한 의문도 많았습니다.
(4) 인수 이후 실적
우아한형제들은 앞서 살펴본 회사들과 다르게 상장사가 아니어서 이후의 기업가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다. 비상장주식의 경우 투자를 받거나 매각이 되지 않는 한 기업가치가 업데이트 되지 않아 현재 평가액이 얼마인지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다만, 재무제표가 공시되는 외부감사대상 기업이므로 재무정보를 통해 인수의 성패를 어느정도 가늠해볼 수는 있을 것입니다.
인수 당시의 추정 수수료율과 GMV/EV 멀티플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경우 작년말 기준 기업가치가 약 5배 성장하였고 이를 환산하면 기업가치는 24조원이 됩니다. 이는 코스피 10~20위권 규모인데 우아한형제들이 정말 그 정도 가치가 있는지는 각자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조금 높아보이는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는 멀티플과 밸류를 조정하면 되는 다소 간단한 문제일 수 있고, 오히려 급격히 증가한 매출과 함께 기존의 누적손실을 모두 메꿀 만큼 단번에 성장한 손익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매출이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이 안정적으로 발생한다면 얼마인지 확언할 수는 없지만 인수 당시보다는 높게 평가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다만, 이 실적이 2022년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지속 가능한 것인지를 증명하기 위해 우아한형제들 입장에서는 2023년 실적이 굉장히 중요해 보입니다.
(5) 시사점
PSR 처럼 초기 단계에서 많이 사용되던 GMV를 기준으로 평가한 우아한형제들의인수는 2022년 흑자 전환으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물론, 상장사와 비상장사라는 큰 차이가 있어 단순하게 비교하여 말하긴 어렵지만 PSR을 적용한 케이카와 PSR과 유사한 GMV/EV 방식을 적용한 우아한형제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피상적으로 살펴보면 결국 기업가치평가가 불확실성의 영역임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기업가치평가를 통해 회사의 가장 중요한 지표가 무엇인지, 예상 실적과 이후 실제 실적의 차이가 어떠한지, 시장에서 평가받는 우리 회사의 멀티플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좋은 이정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가’는 결국 ‘설득’ 인데, 완벽한 평가는 존재하지 않지만 더 설득력 있는 평가와 평가방법은 분명히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