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중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원화 약 1조 원)으로 평가받는 스타트업을 소위 ‘유니콘’이라 일컫습니다. 중소기업벤처부에서 매년 한국의 유니콘 기업을 별도로 선정하여 발표할 만큼 이제는 공식적으로 ‘성공한 스타트업’을 지칭하는 대명사로 자리 잡았죠. 2021년에 발표한 한국의 유니콘은 크래프톤(배틀그라운드),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위메프, 무신사, 야놀자, 티몬, 쏘카, 컬리, 두나무(업비트), 직방 등 그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친숙한 회사가 대거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타트업을 경영하는 경영진이라면 부러움과 함께 한 번쯤은 ‘저 회사의 가치는 어떻게 측정되는 걸까? 그럼 우리 회사의 가치는 얼마일까?’라는 생각이 든 적 있을 것입니다. 그나마 투자를 받아본 회사라면 대략적인 가치를 산정할 수 있겠지만 아직 투자를 받아본 적 없는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감조차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과연 기업의 가치는 어떻게 산정하는 걸까요?

기업가치평가의 대전제

기업가치평가는 기업의 현재 상황에 대한 이해나 재무 정보의 분석뿐만 아니라 기업의 미래에 대한 예측 역시 고려되어야 하는데, 문제는 결국 미래에 대한 예측입니다. 기업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하여 적용되는 가정의 각종 추정치에 대해서는 평가자의 주관과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기업가치평가는 근본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한계점은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 동안 적정한 기업가치를 추정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는 과정에는 현재 많은 이들이 최선의 평가방법과 합리적인 추정치라고 판단하고 있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습니다.

기업가치평가 방법론

기업가치평가에는 여러 가지 방법론이 있습니다. 회사가 보유한 자산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자산가치 평가방법, 회사의 수익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수익가치 평가방법, 자산과 수익 모두를 고려한 혼합 평가방법, 그리고 다른 회사와의 비교를 통하여 평가하는 상대가치 평가방법 등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여러 가지 평가방법 중 현재 시장에서 가장 많이 통용되는 현금흐름할인(DCF) 모형(수익가치 평가방법 중 하나)과 상대가치 평가방법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합니다.

현금흐름할인모형(DCF)

현금흐름할인(DCF, Discounted Cash Flow) 모형은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기업가치평가방법입니다. DFC 평가방법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회사가 앞으로 (주로 3~10년 이내) 영업을 통해 창출해낼 것으로 예상되는 순현금흐름(혹은 잉여현금흐름, FCFF, Free Cash Flow to the Firm)을 현재가치로 평가한 후 현재 보유하고 있는 비영업용 자산(현금, 투자자산 등)과 합산하여 현재의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입니다.

DCF 방법이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이유는 앞으로 창출해낼 것으로 예상되는 현금만 추정할 수 있다면 현재 이익이 나지 않거나, 아예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는 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입니다. 기업뿐만 아니라 특정 사업부나 지적재산권 등도 순현금흐름만 추정할 수 있다면 사용할 수 있는 등 범용성 또한 매우 넓고 직관적이죠. 만약 앞으로 벌어들일 현금흐름이 정확하다면(예를 들어, 3년간 계약된 건물을 통하여 발생하는 월세) 평가방법의 정확성 역시 매우 높은 방법입니다.

다만, 보통은 당장 다음 달의 매출과 이익도 담보할 수 없는 한 기업의 미래를 평가하는 데 다년에 걸쳐 구체적인 현금흐름을 예측해야 하므로 가장 중요한 변수인 현금흐름의 정확성이 담보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금흐름을 예측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평가자의 주관과 판단, 추정이 많이 개입되며, 따라서 객관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죠.

결국 DCF 평가의 핵심은 회사가 앞으로 창출해낼 수 있는 순현금흐름의 추정입니다. 이를 더욱더 고도화해 근거를 마련하고, 스토리를 통하여 객관적이고 타당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단순히 ‘내년에 10억 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이다’가 아닌 ‘과거부터 누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고객 증가 추이 및 객단가 증가 추이에 기반하여 볼 때 내년도 매출은 8억 원으로 예상되며, 신제품이 이러이러한 이유로 내년에 1%의 시장점유율, 매출 2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어, 내년에는 총 10억 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라는 식으로 더욱더 구체적인 데이터와 스토리를 통하여 평가 결과를 보는 사람들의 고개가 끄덕일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상대가치 평가방법(멀티플)의 개요

상대가치 평가방법은 우리 기업과 비슷한 업종의 기업 중 시장에서 평가되는 좀 더 객관적인 가치가 존재하는 기업을 비교대상회사로 선정하여 비교대상회사의 가치와 주요지표(순자산, 매출, 당기순이익, EBITDA 등)의 배수(멀티플)를 우리 기업의 주요지표에 적용하여 가치를 산출하는 방법입니다.

얼핏 복잡하게 들릴 수 있지만, 쉽게 얘기하면 우리 회사와 유사한 B사의 EBITDA가 100억 원이고 기업가치가 1,000억 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멀티플은 10, 이를 우리 회사의 EBITDA 10억 원에 적용하면 우리 회사의 가치는 100억 원이 되는 것입니다(EBITDA는 후술).

상대가치 평가방법의 핵심은 업종이 유사한 기업의 주요지표 대비 가치, 즉 멀티플은 비교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하게 유사하다는 것입니다. 즉, 특정업종의 멀티플을 알고 있다면 그 업종에 속한 회사는 쉽고 빠르게 대략적인 가치를 추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처럼 간단하고 직관적인 특성으로 인하여 M&A나 공모가 선정 등 다양한 목적의 가치평가에 폭넓게 사용됩니다.

상대가치 평가방법(멀티플)의 비교 대상 회사 선정

비교 대상 회사를 선정하는 방식에는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증권시장에 상장된 상장회사를 비교 대상으로 삼는 방법으로 Trading Multiple이라고도 합니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상장회사는 일반적으로 시가총액을 기업가치로 인정하며, 따라서 매우 쉽고 객관적으로 기업가치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시된 재무제표를 통하여 주요지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으며 쉽고 객관적으로 멀티플을 계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둘째는 유사한 기업의 거래 가격(주로 M&A)에서 사용된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방법입니다(Transaction Multiple). 기업을 거래의 대상으로 하여 실제로 발생한 거래가 기준이 되므로 비상장 스타트업 지분 거래 목적의 평가에는 좀 더 적합합니다.

그러나 거래 당시의 기업가치가 비공개되는 경우도 많고 비외감 기업인 경우 정확한 재무 정보를 구하기 어렵고 재무 정보의 신뢰성도 낮아 계산 자체가 어렵거나 부정확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또한 경영권 프리미엄이나 인수자가 기대하는 시너지 효과 등 동일하게 적용하기 어려운 비계량적 요소가 포함되면 비교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상대가치 평가방법(멀티플)의 주요지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주요지표는 순자산, 이익, EBITDA, 매출 등이 있으며 각 업종의 특성, 기업의 특성에 따라 1가지 혹은 2가지 이상을 혼합하여 사용합니다.

순자산 멀티플을 흔히 PBR이라고 하며, 이익 이상으로 자산가치가 중요한 은행 등 극히 제한된 업종에서만 일부 활용됩니다. 당기순이익 멀티플은 흔히 PER이라고 하며 가장 많이 사용되는 상대가치 평가지표 중의 하나입니다. 현재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기업에는 사용할 수 없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매출 멀티플은 흔히 PSR이라고 하며, 매출 크기가 중요한 플랫폼, 물류 사업 등이나 아직 이익이 나지 않는 스타트업 평가의 보조 지표로 많이 활용됩니다.

EBITDA(Earnings Before Interest, Taxes,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의 약자)는 영업이익에 이자 비용, 세금, 감가상각비를 더하여 어떤 기업의 실질 수익(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이를 활용할 경우 EV/EBITDA 멀티플이라고 하며 비상장기업의 멀티플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지표이죠. PER보다 산출이 조금 더 복잡하지만 좀 더 의미 있는 지표로, 결국 영업이익이 나지 않는 회사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은 동일합니다.

상대가치 평가방법(멀티플)의 핵심

당연히 가장 중요한 것은 매출, 이익, EBITDA와 같이 위에서 언급한 주요지표입니다. 결국 매출이나 이익이 커지면 기업가치도 자연히 높게 평가될 것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매출과 이익의 중요성을 모르는 경영진은 없고, 매출과 이익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고 해서 매출과 이익이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매출과 이익 못지않게 중요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것은 업종 혹은 사업구조입니다. 단순한 거래구조보다는 더욱더 복잡한 거래구조, 혹은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나 테크적인 요소가 가미된다면 같은 매출과 이익이라도 좀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물건을 사다가 파는 도소매업보다는 물건을 직접 만들고 판매하는 제조업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 단순히 물건을 직접 만들고 판매하는 제조업보다는 물건을 만드는 기술이나 특허를 보유하거나, 나아가 이를 독점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더욱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죠.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기업이 아니라 물건을 만들고 판매하는 공급자와 이를 사려는 수요자가 만날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이라면 더 높은 멀티플을 적용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고부가가치의 업종이나 사업구조라면 더 높은 멀티플을 적용받아 기업가치를 더욱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그 외 간접적인 평가지표의 관리

재무 정보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재무 정보가 회사 평가의 전부는 아닙니다. 기업의 가치는 재무제표에는 드러나지 않는 여러 가지 지표를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충성고객을 확보해야 하는 상품, 브랜드라면 재구매율이나 신규 고객 증가율이 매출/이익 못지않게 중요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 사업을 하고 있다면 MAU(월간 순 이용자)나 거래액과 같이 플랫폼이 얼마나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중요할 것입니다. 실제로 배달의 민족은 거래 과정에서 MAU를 기업가치평가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공개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업종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가 무엇인지를 인지하고 해당 지표를 관리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꾸준한 지표 관리와 내실 성장을 위한 실천

기업가치평가에는 수많은 방법론이 있지만 결국 진정한 기업가치가 확인되는 순간은 위 방법 중 무언가를 통해 정교하게 가치를 산출했을 때가 아니라, 거래하는 상대방이 그 가격이 적당하거나 혹은 싸다고 느껴서 거래가 이루어질 때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기업의 가치를 다르게 표현하면 기업의 매력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100가지 기업에는 100가지 다른 스토리가 있고 100가지 다른 매력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 회사의 가치는 이 정도가 적당해요”라고 이야기하기 위해 어떤 매력을 어필할지,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 나갈지, 이 과정에서 어떤 지표를 활용해야 하는지를 항상 고민하고 이를 꾸준하게 실천해 나가야 더욱더 내실 있는 성장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