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사채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해도, 용어 자체는 들어보거나 친숙한 사람이 많습니다. 최근 스타트업 투자 조달에서 상환전환우선주(RCPS) 보다는 이용도가 낮은 편이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적용하는 ‘일반기업회계기준’에서, RCPS는 법적 형식을 중시, 자본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크게 어려운 내용이 없으나, 전환사채는 몇몇 익숙하지 않은 용어가 존재하고 현재가치할인 등 언뜻 보기에 복잡한 계산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실무를 하다 보면 처음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회사의 재무담당자가 투자금이 들어오기 전부터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되죠.
하지만 단순히 용어나 계산 수식에만 매몰되지 않고, 개념과 큰 틀에서 접근한다면 전환사채도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습니다. 본 글에서는 전환사채에 대해 스타트업 재무담당자가 기본적으로 알아두면 좋을 핵심 포인트를 ‘부채’와 ‘자본’이라는 큰 틀에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아래 내용은 일반기업회계기준 적용을 가정한 것이며, K-IFRS에서는 일부 달라지는 내용이 존재합니다)
1. 전환사채의 개념부터 살펴보자
일반적인 차입금에 채권자가 사용할 수 있는 하나의 권리가 더 붙어있는 개념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 권리란 추후에 돈으로 원금 상환을 받지 않고 해당 회사 주식으로 받을 수 있는 것. 즉 주식으로 ‘전환’ 가능하다고 해서 ‘전환사채’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습니다. 영어로는 Convertible Bond 라고 해서 흔히 실무에서는 약자로 ‘CB’라고 많이 부릅니다.
이러한 전환사채가 발행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투자를 받는 입장에서는 일반적인 차입금 대비 자금 조달의 가능성이 높으며 이자율도 어느정도 낮게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권리’를 추가로 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일반적인 채권 + 주식 전환으로 투자 이득 가능성을 모두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전환 전에는 주식이 아닌 차입금이기 때문에 주주 대비 선순위 변제가 가능하며, 미래에 높은 성장을 달성하는 회사의 경우에는 주식 전환을 하여 주주로서의 높은 자본 이득을 챙길 수 있습니다.
2. 전환사채 발행 시 일반적인 차입과 어떤 부분이 다른지?
일반적인 차입금과는 개념이 다르므로 회계처리도 다릅니다. 큰 틀에서 보면 부채와 자본이 동시에 생기게 되는 점을 이해하도록 합시다. 즉 전환사채 내 일반적인 차입금(회사채)의 성격을 부채로 보고,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자본으로 보는 것입니다.
차입금의 가치를 구할 때는 현재가치의 계산이 필요한데, 여기서 ‘상환할증금’이라는 용어가 등장합니다. 일반적으로 전환사채 발행을 할 때 계약서에 ‘만기보장수익률’ 또는 ‘만기일에 액면가액의 1XX%를 상환) 등과 비슷한 용어가 등장한다면, 해당 계약은 상환할증금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투자자가 만기일까지 전환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사채에 대해서 보장받을 수 있는 수익의 개념인 것이죠.
발행 시점에서는 미래 전환권 행사 여부에 따라 할증금 지급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계기준에서는 부채 금액 계산시 할증금 역시 포함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부채 금액의 경우 1) 차입금 장부가액 + 2) 차입금 표면이자 + 3) 상환할증금 의 합계를 발행 당시의 유효이자율(시장이자율)로 현재가치 할인한 금액이 됩니다. 실무적으로 시장이자율은 발행회사의 신용등급에 맞는 회사채 이자율을 대용치로 사용하게 됩니다.
부채 금액을 구하였다면 자본 금액을 구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실제 전환사채 발행으로 들어오는 금액에서 위에서 계산된 부채 금액을 빼면 나머지 부분이 자본 금액이 됩니다. 즉 부채 금액을 현재가치 한 금액이 90억원인데, 실제 발행으로 입금되는 돈이 100억원이라면, 자본 금액은 잔여 부분인 10억원인 것입니다. 이 자본은 ‘전환권대가’라는 계정명을 사용하며, 일반적으로 자본잉여금 계정으로 회계처리됩니다.
핵심 포인트) 전환사채를 발행하면 재무상태표 상 부채와 자본이 동시에 발생하게 된다.
3. 채권자가 주식 전환을 요청해 온다면?
회사의 가치가 상승하게 되면 투자자는 주식으로의 전환을 의사를 밝힐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 경우 전환일 시점의 부채 금액에서 전환 비율만큼 자본으로 대체하는 회계처리를 해 주면 됩니다. 즉, 최초 발행 시 ‘부채 + 자본’으로 구성되던 전환사채에서, 주식 전환을 하면 부채 역시 자본으로 이동하게 되는 개념인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회계처리는 단순합니다. 부채를 제거해주는 대신에 일반적인 증자와 동일하게 전환되는 주식 수와 주식 액면가를 곱한 금액을 자본금으로 회계처리합니다. 그리고 제거되는 부채 금액과 새로 발생하는 자본금의 차액은 모두 주식발행초과금으로 회계처리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즉, 부채가 자본으로 전환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되며, 전환에 따른 손실이나 이익은 인식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최초 발행 시 인식했던 ‘전환권대가’라는 자본 계정은 그대로 두면 되는지 궁금할 수 있죠. 실무적으로는 이 전환권대가 역시 전환비율만큼 주식발행초과금 또는 기타자본잉여금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차피 자본에서 자본으로 이동하는 것이므로 부채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키 포인트는 주식 전환 그 자체에서는 손익계산서에 표시되는 손익이 없다는 것입니다.
핵심 포인트) 주식 전환 시 재무상태표 상 부채가 자본으로 이동하게 되어 부채 비율이 개선된다.
4. 만기 이전에 발행회사가 전환사채를 조기 상환하거나 다시 매입한다면?
자금이 필요해서 투자를 받았지만, 회사는 여러 이유로 만기 이전에 전환사채를 상환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일차적으로 상환에 드는 자금을 부채 금액과 자본 금액으로 분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방법은 발행할 때 로직과 동일합니다. 원금과 이자 등 부채의 요소를 ‘상환 시점’의 유효이자율로 현재가치할인하면 부채 금액이 계산되고, 상환 자금과 부채 금액의 차액이 자본 금액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계산된 부채와 자본 금액은 기존에 존재하던 전환사채의 부채와 자본 금액과 비교하게 되는데, 부채에서 발생되는 차액은 손익으로 회계처리하고 자본(전환권대가)에서 발생되는 차액은 손익이 아닌 자본 계정(ex. 자본조정 등)으로 회계처리하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핵심 포인트) 전환사채 상환은 부채와 자본의 상환으로 구분되며,
부채 상환에서는 손익이 발생하지만 자본의 상환에서는 별도의 손익이 발생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