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게임에서 탈게임, 그리고 다시 게임
최근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은 야놀자의 인터파크 인수 건과 관련해 NHN의 티켓링크 인수 사례가 떠오릅니다. 인터파크처럼 티켓링크도 뮤지컬, 연극 등 티켓 판매 사업을 하기 때문인데요. 국내 최초 게임 포털인 ‘한게임’에서 시작한 NHN은 티켓링크를 비롯하여 한국사이버결제, 고도소프트 등 여러 M&A를 통해 결제, 커머스, 콘텐츠, 클라우드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했습니다.
한 기사에서 NHN의 성장사를 “한게임에서 시작했으나 한게임을 벗어나는 것”으로 표현했는데요. 2000년 한게임과 네이버가 합쳐져 NHN이 설립되었고, 2013년 NHN이 네이버와 NHN엔터테인먼트로 분리되면서 NHN엔터테인먼트는 게임사업을 승계했습니다. 그런데 NHN엔터테인먼트가 주력하던 웹보드게임(온라인 포커·고스톱·보드게임)이나 캐주얼 게임(조작이 간단한 온라인 게임)에는 정부의 웹보드 규제, 국내 MMORPG의 강세 등으로 위험요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게임사업에만 의존하기보다 게임 외적인 분야에서 수익을 창출하고자 ‘탈게임’ 행보를 걷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9년 글로벌 IT 기술 기업으로 재도약하자는 뜻에서 사명에서 엔터테인먼트를 빼고, 다시 NHN이 되었습니다.
NHN의 계열사는 2022년 사업보고서 기준, 상장사 3개(NHN, NHN KCP(NHN한국사이버결제), NHN벅스), 비상장사 104개입니다. 활발한 M&A와 신규 법인 설립으로 계열회사가 크게 증가했는데요. 사업분야별로 주요 M&A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클라우드] 2022년 NHN클라우드는 클라우드 기업 크로센트 인수를 통해 서비스형 데스크톱(DaaS) 사업을 본격화했습니다. 같은 해 프라이빗 클라우드 기술력을 보유한 인재아이엔씨를 인수했는데, NHN클라우드가 공략하는 공공(기관) 클라우드 시장은 보안에 민감해 퍼블릭 클라우드보다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선호하여 해당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커머스] 2014년 온라인쇼핑몰 솔루션 기업 고도소프트를 인수하고, 중국을 기반으로 역직구와 구매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이컴메이트를 인수했습니다. 온오프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1300K도 인수했습니다.
[콘텐츠] 2014년 인터넷예매 전문회사 티켓링크와 2015년 음원기업 벅스를 운영하는 네오위즈인터넷을 인수했습니다.
[결제] 2014년 한국사이버결제를 인수해 온·오프라인 결제시스템 노하우 및 가맹점 인프라를 페이코(NHN이 출시한 간편결제 서비스)의 성장에 활용했습니다. 페이코는 금융 데이터, 결제 데이터뿐만 아니라 NHN 계열사들이 보유한 게임과 음원 관련 이용자 행태 데이터 등 비금융 정보까지 수집해 맞춤형 광고나 금융상품 추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취업포털 인크루트 투자, 알림장 애플리케이션 개발사 아이엠컴퍼니 인수, 여행박사 인수 등 여러 사업분야에서 M&A를 진행했습니다. 이처럼 NHN은 M&A를 통해 게임회사에서 시작해 클라우드, 결제 등을 포괄하는 기술 기업으로 정체성을 변화시키고, 연결기준 2018년 매출 1조 달성, 2022년 매출 2조 달성 등 성공적으로 사세를 확장했습니다.
그런데 2022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하자 NHN은 이제 수익성 개선에 주력하며, 이를 위해 캐시카우인 게임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한동안은 확장 기조에서 벗어나, 핵심사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비집중/비핵심 사업에 대해선 정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확장 기조에 제동을 걸었지만, 내실을 다진 후에 성장동력 확보, 외연 확장을 위해 다시 딜 시장에 등장할 것입니다. 그때 NHN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나타날까요? 기존 핵심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일지 또는 완전히 새로운 사업분야에 진출하기 위해서일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