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스타트업의 재무제표에서 개발비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개발비는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의 개발 또는 개량을 위하여 지출한 금액을 자산(무형자산)으로 인식한 것으로서, 해당 개발과 관련된 직원의 인건비, 퇴직급여, 외주비용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개발비는 회계 논쟁이 매우 빈번한 항목으로, 스타트업은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1. 자산과 비용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간단한 회계지식을 이해해야 합니다. 바로 자산과 비용에 대한 개념입니다. 어떤 지출이 발생했을 때 회계에서는 당기의 비용으로 모두 처리할 수 있고, 자산으로 인식하여 추후 특정 기간 동안 감가상각 등의 방법으로 비용을 나누어 인식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소모품은 지출 즉시 모두 비용으로 처리하겠지만, 거액의 인테리어에 대한 지출은 그 금액을 자산으로 인식 후, 사용기간에 따라 감가상각의 방식으로 몇 년간 나누어 비용처리하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자산으로 처리할지 비용으로 처리할지는 회계기준에 판단의 근거가 있고 그에 맞게 회계 처리해야 합니다.

2. 스타트업의 상황

개발비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의 개발을 위해 지출한 금액을 자산으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개발에 대한 지출을 자산으로 인식하는 것이 회사의 영업이익과 재무비율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를 자산으로 처리하고자 하는 유인이 존재합니다.

개발에 대한 지출을 회계기준에 상관없이 개발비로 자산화하면 어떻게 될까요? 여러 이해관계자가 복잡한 규모 있는 스타트업이 아니라면 당장은 문제가 없습니다. 법인세 신고만 조금 신경 써서 마무리하면 됩니다.

하지만 회사의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검증받는 단계가 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재무제표가 회계기준에 따라 잘 작성되어 있는지가 궁금한 이들은 잠재투자자, 은행, 주주 등이 있고, 스타트업은 대부분 잠재투자자가 해당할 것입니다. 잠재투자자는 실사, 임의감사 등을 통해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확인하고자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개발비에 대한 논쟁은 반드시 발생합니다. 따라서 개발비를 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는 요건에 대해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3. 개발비의 자산화

회계기준은 개발비를 자산으로 인식하기 위한 요건을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개발비가 식별 가능(자산이 분리 가능하거나 계약상, 법적 권리로부터 발생) 해야 하고, 제3자의 접근을 제한하여 통제할 수 있어야 하며, 미래의 경제적효익이 유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야 하며, 지출 금액을 신뢰성 있게 측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나하나의 요건이 모두 까다롭지만, 특히 경제적 효익의 유입 가능성 부분이 스타트업에게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해당 개발 활동으로 매출 증대나 원가절감이 발생한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시장 지배력 등이 미흡한 스타트업이 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상장사 같은 대기업에서도 회계감사 시 논쟁이 매우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따라서 매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스타트업이 인식한 개발비는 실사/감사 과정을 통해 모두 제거되고 해당 지출은 모두 비용으로 처리되어 영업이익이 감소하게 됩니다.

스타트업의 상황과 유인은 충분히 공감할 만합니다. 회사의 재무상태와 경영 성과를 좋게 보여주는 것이 회사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위와 같이 개발비를 자산화하는 것은 스타트업에게 굉장한 어려움이 따릅니다. 따라서 우리 회사가 개발비를 인식하고 있는지를 먼저 점검해 보고, 이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충분한지도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누적되어 있는 개발비를 조금씩 정리하여 다가올 실사나 감사에 대비하여야 할 것입니다.

거액의 개발비가 누적되어 있으면 처리하기에 상당한 부작용이 따릅니다. 따라서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 회사의 상황을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