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감사를 수행하다 보면 연차유급휴가제도를 회계처리하지 않는 회사를 많이 보게 됩니다. 연말에 근로자들에게 미사용연차가 남아있다면 차년도에 현금으로 보상해 주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미지급비용을 인식하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그런데 연차사용촉진제도를 도입하여 미사용연차휴가를 현금 보상없이 소멸시키는 회사에도 감사인은 연차휴가부채를 인식하라고 권고합니다. 아무래도 직관적으로 와 닿지 않는 회계처리입니다.

연차유급휴가제도는 근로기준법 제60조에서 규정하고 있으며, 회사는 취업규칙에 이 규정을 반영하여 운영합니다. 법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준수하되, 연차 기산일, 사용촉진제도, 현금보상배수, 이월규정 등을 회사마다 달리 적용하고 있습니다.

X1년말 현재 직원 A에게 연간 80% 이상 출근한 대가로 X2년에 사용할 수 있는 연차휴가 15일을 부여했습니다. X2년 중 A는 9일의 연차휴가를 사용하였고 X2년말 회사는 A에게 6일치의 연차수당 현금보상의무가 발생하였습니다.

회사는 X2년말 발생한 현금보상 의무를 아래와 같이 회계처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일 통상임금 100원으로 가정).

X1년> 회계처리 없음
(현금지급의무 없음)
X2년> 비용(급여 등) 600 / 연차휴가부채(미지급비용 등) 600

일반기업회계기준 문단 21.5의2에서는 “종업원이 미래 연차유급휴가에 대한 권리를 발생시키는 근무용역을 제공하는 회계기간에” 유급휴가에 대한 비용과 부채를 인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발생주의원칙에 따라 종업원이 근무를 제공한 때, 즉, 기업에게 의무가 발생한 때 회계처리하는 것입니다. 기업의 의무는 “유급”휴가를 제공할 의무이며, 종업원이 휴가를 사용하지만 급여를 지급해야하는 의무입니다. 따라서 이 회계처리 대상은 현금보상대상 미사용연차가 아니라, 유급연차휴가제도 그 자체인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는 회사는 모두 연차휴가에 대한 비용과 부채가 인식되어야 합니다.

X2년말 현금보상의무는 사실 X1년 근무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아래의 회계처리가 올바른 방법입니다.

X1년> 비용 1,500 / 연차휴가부채 1,500
(X1년 근무로 인하여 발생한 유급휴가 인식)
X2년> 연차휴가부채 900 / 비용 900
(9일치 유급휴가 사용에 대한 비용은 X1년에 인식하였기 때문에 부채와 X2년 비용 차감)
X2년> 비용 1,500 / 연차휴가부채 1,500
(X2년 근무로 인하여 발생한 유급휴가 인식)

X2년말 현재 연차휴가부채 잔액은 2,100원으로, X1년 발생연차 미사용분(현금보상분) 600원과 X2년 발생연차(X3년에 사용할 휴가) 1,500원으로 구성됩니다.

연차유급휴가제도에 대한 회계처리가 직관적으로 와 닿지 않는 것은 아무래도 “유급”휴가이기 때문에, 매월 급여지급과 함께 자동적으로 비용인식이 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30일 중 9일은 휴가를 사용하였지만, 30일의 급여가 비용처리됩니다. 하지만 엄밀히 9일에 대한 급여는 연차휴가를 획득한 전기의 비용으로 회계처리가 되어야 하는 것이며 이를 조정하기 위해 위와 같이 회계처리되는 것입니다.

실무적으로 휴가사용시마다 회계처리하는 것은 번거롭기 때문에, 아래와 같이 연말 인식해야 할 부채금액을 산정하여 차액만 회계처리하고 있습니다.

X1년> 비용 1,500 / 연차휴가부채 1,500
(X1년말 인식할 연차휴가부채 = X1년 발생 15일 = 1,500)
X2년> 비용 600 / 연차휴가부채 600
(X2년말 인식할 연차휴가부채 = 현금보상대상 6일 + X2년 발생 15일 = 2,100)

여기에 촉진제도를 도입하여 미사용분을 소멸시키는 경우에는 소멸률(=휴가사용률)을 추정하여 아래와 같이 계산합니다.

X1년말 인식할 연차휴가부채 = X1년 발생 15일 X (1-예상소멸률)
X2년말 인식할 연차휴가부채 = 현금보상대상 6일[현금보상없이 소멸함] + X2년 발생 15일 X (1-예상소멸률)

촉진제를 도입하지 않고 현금보상시 1.5배수를 적용하는 경우는 현금보상분을 추정하여 아래와 같이 계산합니다.

X1년말 인식할 연차휴가부채 = X1년 발생 15일 X 소멸률 + X1년 발생 15일 X (1-소멸률) X 1.5배
X2년말 인식할 연차휴가부채 = 현금보상대상 6일 X 1.5배 + X2년 발생 15일 X 소멸률 + X2년 발생 15일 X (1-예상소멸률) X 1.5배

이외에도 회사에서 적용하는 연차유급휴가제도 규정에 따라 다양한 변수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ex. 미사용연차 중 기본연차(15일)에 대해서만 현금보상하고 근속연차는 소멸하는 제도, 일부 직군에 대해서만 촉진제를 적용하는 제도, 미사용연차가 무기한 이월되는 제도, 개인별 연차기산일이 다른 경우 등등)

회사의 회계처리가 운영중인 연차유급휴가제도에 부합하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