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은 가장 직관적으로 회사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이다. 따라서 회사의 매출액이 얼마인지는 회사 내부에서도, 여러 이해관계자들도 관심있게 지켜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재무제표에 계상되는 매출액은 정확하고, 신뢰성 있게 측정되어야 한다. 이에, 회계기준에서는 회사의 매출액을 어떻게 인식하여야 하는지에 대해 매출이 발생하는 유형별로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오늘은 회계기준에서 언급하는 매출 인식의 방법 중, 총액법과 순액법에 대해서 실제 회사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총액법과 순액법의 개념: 본인과 대리인 개념으로 접근
쉽게 말해서 총액법은 고객으로부터 수취한 금액 전체를 매출액으로 인식하는 방법이고, 순액법은 비용이나 매입가액을 뺀 차액을 매출액으로 인식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직접 제품을 제조해서 판매하는 회사는 총액법을 적용하여 판매금액 전체를 매출액으로 인식할 것이며, 카드사와 같이 수수료를 수취하는 회사는 순액법을 적용하여 총 거래액이 아닌 회사가 수취하는 수수료 부분만을 매출액으로 인식할 것이다. 상기 예시처럼 총액법과 순액법 적용 여부가 비교적 간단하게 판단되는 경우도 많지만, 이러한 구분이 애매한 경우 또한 흔하게 발생한다. 따라서, 회계기준에서는 이를 구분하기 위한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회계기준에서는 언급하는 총액법과 순액법 적용 기준은 매출거래에서의 회사의 역할이다. 전문 용어로는 ‘본인’과 ‘대리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매출거래에서 회사가 ‘본인’의 역할을 하면 총액법, ‘대리인’의 역할을 하면 순액법을 적용하여 매출을 인식하도록 규정한다.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에서 제시하는 ‘본인’ 역할의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주요 지표
1) 회사가 거래의 당사자로서 재화나 용역의 제공에 대한 주된 책임을 부담한다.

2) 회사가 재고자산에 대한 전반적인 위험을 부담한다.

2. 보조 지표
1) 회사가 가격결정의 권한을 갖는다.

2) 회사가 재화를 추가 가공(단순한 포장은 제외)하거나 용역의 일부를 수행한다.

3) 고객이 요구한 재화나 용역을 제공할 수 있는 복수의 공급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회사가 공급자를 선정할 수 있는 재량을 갖는다.
4) 회사가 고객에게 제공되는 재화나 용역의 성격, 유형, 특성 또는 사양을 주로 결정한다.

5) 회사가 재고자산의 물리적 손상에 따른 위험을 부담한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회사가 매출 거래와 관련된 위험과 책임을 부담하고 있다면 ‘본인’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아 관련 매출액을 총액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고, 관련된 위험이나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다른 ‘본인’인 타 회사를 대신하여 역할을 수행한다면 ‘대리인’으로 보아 순액으로 매출액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러한 ‘본인’과 ‘대리인’의 구분기준은 수치상으로 정해진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며, 회사의 거래현황이나 거래와 관련된 계약조건 등의 제반상황들을 고려한 판단의 요소이다. 아래에서는 실제 감사보고서 사례 분석을 통해, ‘본인’과 ‘대리인’을 구분하는 판단이 어떻게 재무제표에 반영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2. 한 회사가 ‘본인’과 ‘대리인’의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 – 현대백화점 사례
현대백화점은 다양한 상품을 매입하여 판매하는 백화점과 아울렛을 주로 운영하는 회사이다.
현대백화점의 감사보고서에서는 매출인식기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1) 재화의 판매 및 용역의 제공
회사는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백화점 및 아울렛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상품 판매로 인한 수익은 고객에게 상품이 인도되는 시점에 인식합니다. 고객은 상품을 구매한 후 일정기간 이내에 반품할 권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고객이 반품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품에 대하여 환불부채(기타유동부채)와 고객으로부터 회수할 재화에 대한 권리(재고자산)를 인식하였습니다. 회사는 판매시점에 누적된 경험에 기초하여 기댓값 방법으로 반품을 예측합니다. 회사는 매 보고기간말 이러한 가정과 예상되는 반품금액이 타당한지 재평가합니다. 한편 회사는 본인을 대신해 대리인 역할을 수행하는 특정매장의 상품매출에 대해서는 고객에게 상품을 인도하는 시점에 판매대가에서 특정매입원가를 차감한 순액을 수익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Source: DART, 2022.12 사업보고서)


요약하면, 현대백화점은 기본적으로 상품 판매에 대한 수익은 총액법으로 인식하지만, 일부 특정 매장의 상품매출에서는 대리인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순액법으로 매출을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은 다양한 브랜드로부터 상품을 매입할 것이고, 각 브랜드 별로 매입과 관련한 계약조건이 다양할 것이다. 따라서 현대백화점이 특정 매장 별로 매출 인식 방법을 다르게 적용한 것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의 판단이 가미된 것으로 볼 수 있다.

3. 비슷한 산업과 구조를 가진 두 회사가 적용되는 역할이 다른 경우 – 라이엇게임즈코리아,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라이엇게임즈코리아는 와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각각 리그 오브 레전드(라이엇),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블리자드) 등의 해외 인기 게임을 국내에 유통시키는 회사이다. 두 회사 모두 외국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본사에서 개발한 게임을 국내에 유통시키며 본사에 일정한 로열티를 지불하는 회사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는 매출 인식 방법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각 회사의 감사보고서에서는 매출인식기준에 대해 각각 아래와 같이 언급한다.


1) 라이엇게임즈코리아 – 총액법 적용하여 매출 인식
“회사는 게임매출에 대하여 기대사용기간 동안 안분하여 수익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2)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 로열티비용을 차감한 순액법 적용하여 매출 인식
“회사는 국내 유저에게 청구한 금액에서 특수관계자와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지급해야 할 로열티를
차감한 금액을 게임매출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Source: DART, 2022.12 감사보고서)


라이엇게임즈코리아는 로열티에 대한 별도 언급 없이, 게임매출 총액에 대해 수익을 인식하고 있으며, 본사에 지급하는 로열티비용은 별도로 영업비용으로 계상하고 있다. 반면,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본사로 추정되는 특수관계자에 지급하는 로열티를 차감하여 게임매출을 인식하고 있다. 이는 각 회사가 본사와 체결한 게임 퍼블리싱과 관련된 계약조건이나 상황이 상이하기 때문에 매출 인식과 관련해서 각기 다른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4. 마치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매출의 총액법과 순액법, 즉 ‘본인’과 ‘대리인’의 판단은 간단해 보이면서도 복잡한 영역이다. 또한 위에서 살펴본 사례와 같이, 특정한 회사나 업종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어느 회사에게도 판단의 여지가 존재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이러한 점을 미리 이해하고 숙지하면 잠재적인 회계이슈 발생에 대비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