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성장하고 있는 회사들은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처음 해 보는 것 투성이고 자연스레 “질문”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업무하면서 자주 들었던 질문 중 하나로 칼럼을 써 보았습니다.
Q1. 실사나 감사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단어 자체가 압박입니다.
우선 실사와 감사의 차이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두 업무는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 큰 차이가 있습니다. 목적부터 다릅니다. 실사의 목적은 “너를 잘 알고 싶어”입니다.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지, 재무상태와 손익현황이 어떠한지, 주주구성이 어떻게 되는지, 회사 조직 및 시스템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장점과 단점이 무엇이 있는지 등등. 정해진 형식이나 틀이 없습니다. 그저 회사에 대해 잘 알고 싶은 특정인의 요청으로 기업실사를 하게 되고, 당연하게도 실사 업무를 가장 많이 의뢰하는 주체는 “잠재투자자”입니다.
감사의 목적은 “너네 재무제표 잘 만들고 있는지 알고 싶어”입니다. 그래서 회사 전반적인 내용보다는 회계, 재무제표에 포커스를 맞춘 업무입니다. 재무제표에 문제가 없는지, 돈의 흐름이 적절하게 기록되어 있는지, 손익 계산에 문제가 없는지 등등. 감사는 정해진 형식과 틀이 존재합니다. Dart에 공시된 다양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알겠지만 대부분의 감사보고서 큰 틀은 거의 유사하고 거기에 적절한 숫자와 내용을 끼워 맞추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감사는 법에 따라 반드시 받아야 하는 회사도 있고(외감대상), “기존투자자나 채권자”의 요청으로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 돈 제대로, 똑바로 쓰고 있는거지?!
Q2. 뭐가 더 힘든가요?
당연하겠지만 case by case입니다. 실사도 실사 나름의 깊이가 다르고, 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자유치나 Deal 과정에 발생하는 실사는 투자유치 금액과 Deal 규모에 따라 실사 깊이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금(혹은 매각/인수대금)이 커지면 커질수록 실사 범위가 넓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래도 상장 회사의 감사가 가장 힘들 것이고, 임의로 하는 감사는 상대적으로 절차나 깊이가 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Q3. 잘못한 건 없는데 괜히 걱정되고 그렇습니다. 괜찮을까요?
대놓고 이렇게 질문하지 않아도 실사나 감사를 준비 중인 대부분의 회사 속마음은 이렇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1) 실사를 의뢰한 잠재투자자의 의중을 잘 알아야 합니다. 잠재 투자자가 회계법인에 수수료를 지급하고 실사까지 맡긴다는 것은 기본적인 스탠스가 “너에게 관심 많고 투자하고 싶어”라는 사실부터 알아야 합니다. 물론 회사의 약점을 파악하여 협상의 우위를 가져가거나, 투자 자체를 drop할 가능성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일단 투자는 하고 싶은데 좀 조심스럽게 한번 살펴볼게”정도가 기본 마인드입니다.
그래서 문제가 조금 나오더라도 굉장히 중요한 법률, 회계리스크가 아니라면 “같이 해결해 보자”의 자세로 협상을 이어나갈 것입니다.
2) 감사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감사의 결과는 적정, 한정, 부적정, 의견거절 정도가 있는데 상장사가 아니라면 감사 결과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감사를 처음 받아 보는 회사의 경우 감사를 받기에 적절한 조건을 전부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아주 낮습니다. 재무제표에 신뢰성을 담보할 정도로 회계 시스템을 만들어 두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그냥 감사를 성실하게만 받으면 됩니다. 감사를 받으면 문제가 해결되고, 회사가 아주 큰 잘못(예컨대 횡령, 배임 등)을 하지 않았다면 감사를 통해 수정하고 개선하면 그만입니다. 의도적으로 자료를 주지 않거나 아주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적정 또는 한정 의견이 나올 텐데 한정 의견도 다 나쁜 것은 아니고 “너가 다 괜찮은데 요거요거 때문에 우리가 적정은 줄 수 없어” 정도이므로 ‘요거요거’를 다음 해에 잘 개선하면 되는 것입니다.
감사를 무서워하고 걱정해야 하는 회사는 이미 감사를 많이 받아본 상장사(또는 상장을 준비중인 꽤 성장한 회사) 중에서 무언가 숨기고 있을 몇몇 소수 회사일 뿐이지 그 외에는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Q4. 실사, 감사 나오면 뭘 보는건가요?
실사는 그냥 잠재 투자자가 보고 싶은 것들을 봅니다. 허무하지만 이게 사실입니다. 잠재 투자자가 관심 갖는 포인트가 deal마다 다르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사항들(비즈니스 모델, 현금흐름, 재무현황, 주주현황, 주요계약내용 등등)을 적절하게 보여줄 수 있으면 됩니다.
실사 나와서 뭘 보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려면 너무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다음에 별도로 다루겠습니다.
감사는 회사 재무제표를 아래와 같은 기준으로 봅니다. 좀 피곤해 보이지만 그래도 회사가 악의적으로 처리한 게 없다면 어찌저찌 다 해결됩니다.
– 실재성 : 너네가 가지고 있는 자산들 실제로 존재하는 게 맞아? 증명해 줘.
– 권리와 의무 : 너네가 가진 자산 소유권이 너네한테 있는 게 확실해? 다른 사람 거 빌린 건 아니고?
– 발생사실 : 너네가 주장하는 매출이 진짜 발생한 게 맞아? 그냥 잠깐 빌려온 돈 아니고?
– 완전성 : 너네가 얘기하는 부채, 채무가 이게 전부야? 너네가 모르는 어떤 빚이나 채무가 더 있는 건 아닐까?
– 평가 : 너네가 가지고 있는 저 자산 제대로 평가한 거 맞아? 예전에 1억 주고 산 건 알겠는데 오늘 현재 100원 된 건 아니고?
– 측정 : 수익비용 회계처리 제대로 측정해서 제대로 된 기간에 맞게 처리한 거야? 이거 내년 매출 아니야? 작년 비용 아니야?
– 표시와 공시 : 회사와 관련된 중요한 내용, 나라에서 시킨 대로 공시 다 했어?
Q5. 실사, 감사를 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현실적으로 준비 가능한 것만 나열해 보겠습니다.
– 과도하게 복잡한 거래와 나만 하는 특이한 거래는 가급적 지양하되, 반드시 필요한 경우라면 전문가와 상의하여 거래하는 것이 좋습니다.
– 다양한 거래에서 발생하는 증빙들(예. 계약서, 세금계산서, 견적서 등)을 잘 정리하고 보관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 “우리끼리 퉁쳐서 이렇게 이렇게 하자” 식의 거래를 하는 건 좋은데 어떻게 퉁치기로 한 건지에 대한 정리를 미리 준비해 두는 게 좋습니다. 이 경우 주고 받은 이메일도 증빙이 됩니다.
– 건전한 방식으로, 올바른 사고로 비즈니스를 한다면 걱정할 이유가 없습니다. 거듭 반복하지만 부정한 의도가 있는 거래만 없다면 어떻게든 다 해결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실사나 감사, 겁먹을 필요 전혀 없습니다.
오늘의 한 줄 요약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