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OTT 플랫폼, 왓챠의 재무제표가 처음으로 공개되었습니다. IFRS(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한 왓챠는 2020년 377억의 매출 및 125억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020년 12월 31일 기준 자산총계 450억, 부채총계 1,120억, 자본 -670억의 완전자본잠식 상태입니다.

왓챠는 괜찮은 것일까요? 왓챠의 완전자본잠식에 숨겨진 비밀에 대해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1. 전환상환우선주

왓챠도 전환상환우선주(Redeemable Convertible Preferred Stock, 이하 ‘RCPS’) 형태로 많은 투자를 받았습니다. RCPS는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우선주입니다. 형식을 중요 시 하는 ‘일반기업회계기준’에서는 RCPS를 우선주, 즉 자본으로 분류합니다. 주주로부터 조달된 자금으로 보는 것입니다.

다만, 실질을 중요 시 하는 ‘IFRS’에서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IFRS에서는 주주가 확정 가능한 금액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에 집중하여, RCPS를 자본이 아닌 부채로 분류합니다. 실제로 왓챠도 RCPS를 부채로 분류하였고, 2020년 말 기준으로 그 금액은 225억에 해당합니다.

2. 신주인수권부사채

2020년 말 기준, 왓챠는 약 86억 원의 단기차입금이 존재하고 이중 약 28억 원은 신주인수권부사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일반 사채에 왓챠 신주를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입니다. 행사가격은 1주당 100,000원이고, 이 행사가격을 하회하는 발행가격으로 유상증자를 할 경우, 행사가격은 조정된다는 조항도 있습니다.

신주인수권부사채 보유자는 만기까지 3.5%의 수익률을 보장받는 ‘사채권자’이자, 이러한 조건으로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잠재주주’인 것입니다.

3. 파생상품부채

2020년 말 기준, 왓챠의 유동부채 항목에는 ‘파생상품부채’가 620억이나 존재합니다. 이는 앞서 설명한 RCPS와 신주인수권부사채의 ‘파생상품’과 관련된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RCPS의 우선주에서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에 해당하는 파생상품을 부채로 인식한 것입니다. 아무래도 투자자가 유리한 조건을 가져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왓챠 입장에서는 거액의 파생상품관련 부채가 인식된 것입니다.

4. 현금흐름표

RCPS가 자본이 아닌 부채로 분류되고, RCPS 및 신주인수권부사채와 관련된 파생상품부채가 재무제표에 인식되면서 왓챠의 완전자본잠식에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하지만 ‘IFRS’가 아닌 ‘일반기업회계기준’을 적용했더라면 이러한 효과는 대부분 없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회계기준에 영향을 받지 않는, 기업 본연의 현금창출능력을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분석에 필요한 재무제표가 ‘현금흐름표’입니다.

왓챠는2020년에 RCPS 등의 투자유치로 약 356억 원의 현금을 확보합니다. 이렇게 유치한 자금으로 여러 투자활동(판권 취득, 자회사 투자 등)에 약 206억을 지출합니다. 그리고 기업 본연의 영업활동으로 약 15억 원의 현금유출을 기록하여 총 135억의 현금을 남기게 됩니다. 여기서 의미 있는 부분은, 영업활동으로 약 15억 원의 현금유출을 기록한 점입니다. 회계기준으로 작성된 125억 원의 영업손실 대비, 실제 현금유출은 매우 적은 수준입니다. 아직 J 커브의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도달하지 않은 단계임을 고려할 때, 상당히 양호한 수치로 볼 수 있습니다.

왓챠의 완전자본잠식은 IFRS 적용에 따른 여러 페널티가 작용한 결과로 보입니다. (-) 값이긴 하나, 양호한 영업현금흐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IFRS의 적용은 생각보다 여러 방면으로(대부분 안 좋은 방향으로) 재무제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IFRS로의 전환을 고려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은 그 효과를 검토하여, 잠재 영향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