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투자자는 피투자회사(이하에서는 ‘스타트업’)의 모든 것이 궁금합니다. 궁금한 것이 많으니 스타트업이 속한 산업, 스타트업의 제품과 서비스, 스타트업의 향후 계획 등을 자세히 검토합니다. 자연스럽게 스타트업의 ‘미래’에 많은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지만, 미래의 계획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현재’의 재무제표를 상당 부분 참고합니다.
재무제표는 영업, 투자 및 재무활동을 회계기준에 따라 작성한 일종의 보고서입니다. 재무제표가 필요한 이해관계자에는 경영자, 주주, 채권자, 국세청 등이 있지만, 오늘은 잠재투자자의 입장에서 재무제표의 어떠한 항목이 중요한지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재무제표의 신뢰성
재무제표가 잠재투자자의 의사결정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재무제표의 신뢰도는 필수적이라 하겠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신뢰도는 재무제표가 회계기준에 따라 적절하게 작성되었는지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회계기준에 따른 통일성과 객관성이 있어야 정보이용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며, 크게 ‘일반기업회계기준’과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로 구분됩니다.
상당 수준까지 성장하여 일정한 요건에 부합하는 스타트업은 법에서 정한 외부감사를 받아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공인회계사들이 재무제표가 회계기준에 맞게 작성되었는지를 검증하는 절차가 그것입니다. 아무래도 공인회계사들의 감사를 받은 재무제표는 그렇지 않은 재무제표에 비해 높은 신뢰도를 제공하므로, 법에서 정한 의무가 없더라도 잠재투자자 등의 요청에 의해 감사를 진행하기도 합니다(임의감사).
이러한 감사 외에도 재무제표를 포함한 스타트업이 제시한 주요 정보들을 검토하고 이를 통해 회사에 대한 이해도를 확보하는 ‘실사’의 방식도 존재합니다. 양자의 차이는 다소 존재하지만, 재무제표의 신뢰도 확보는 투자 의사결정을 위한 기초작업이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재무제표의 종류
통상적으로 재무제표라 하면 손익계산서와 재무상태표를 떠올리게 됩니다. 두 가지 재무제표의 중요도가 높고, 보편적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이 외에도 ‘현금흐름표’, ‘자본변동표’, ‘주석’이라는 재무제표가 존재하며, 투자 의사결정에 다양하게 활용됩니다. 이하에서는 각 재무제표의 의의와 재무제표의 정보들이 투자 의사결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손익계산서
손익계산서는 가장 이해하기 쉬운 재무제표라 할 수 있습니다. 한 회계기간의 스타트업의 모든 수익과 비용을 정리하여 기업의 경영 성과를 한눈에 보여줍니다. 얼마를 벌었고, 얼마를 썼다는 단순한 논리로 접근해도 되지만, 거래의 규모나 복잡성이 증대될수록 ‘회계기준’에 따른 현금의 유출이 없는 회계적 비용도 점차 추가되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손익계산서는 경영 성과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투자 의사결정에 매우 중요한 재무제표라 할 수 있습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절대적인 크기도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하고, 매출 성장세와 영업이익률의 변화도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성장률 및 이익률의 변화 ‘동인’을 파악하는 절차가 핵심이며, 이러한 변화 동인은 자연스럽게 ‘추정 재무제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추정 재무제표에는 앞서 언급한 다양한 재무제표가 포함되겠지만, 그 목적 상 추정 손익계산서가 가장 중요합니다. 투자자는 미래의 경영 성과를 가장 알고 싶어 하기 때문이죠. 과거와 현재의 변화 동인에 따라, 스타트업이 하고자 하는 사업이 합리적으로 숫자로 구현되어 있는지를 중점으로 분석합니다. 변화 동인을 벗어나는 무리한 매출 성장률과 영업이익률 등은 투자 의사결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기업가치 측면에서 손익계산서의 EBITDA라는 개념이 중요합니다.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영업이익이 구현되는 스타트업에서는 EBITDA를 활용해 기업가치를 산정할 수 있습니다. EBITDA(Earnings Before Interest, Taxes,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는 영업이익에 대표적인 비현금성 비용인 감가상각비 등을 고려한 지표입니다. 쉽게 설명해, 스타트업이 한 회계기간의 비즈니스를 통해 번 돈이라 할 수 있습니다.
EBITDA는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처음 사용한 개념으로 공식적인 회계 계정은 아닙니다. 장점과 단점에 대해 여러 의견들이 있지만, 손쉽게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 이익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재무상태표
특정 시점 현재, 스타트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과 부채 및 자본의 잔액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재무상태표는 손익계산서와 함께 가장 중요한 재무제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재무상태표에서 ‘순차입금(Net Debt)’을 먼저 확인합니다. 순차입금은 회사의 총 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차감한 것으로, 기업가치(Enterprise Value) = 주식가치(Equity Value) + 순차입금(Net Debt)의 공식이 자연스럽게 성립합니다. 부동산을 예로 들어, 어떤 부동산(기업가치)이 본인의 자본(주식가치)과 은행 차입금(순차입금)으로 구성되어 있는 모양새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투자자에게는 당연히 기업가치가 중요하겠지만, 투자/인수의 규모 및 방식의 결정을 위해서는 주식가치와 순차입금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입니다.
재무제표에 나타나는 2개 이상 항목들 간의 상호 관계를 분석한 것을 재무비율 분석이라고 하는데, 투자자들은 재무상태표를 통해 스타트업의 ‘안정성’을 분석합니다. 구체적으로 단기부채에 대한 변제능력을 분석하기 위해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을, 기업의 장기지급능력을 분석하기 위해 부채비율(부채/자기자본)을 분석·비교하죠. 유동비율이 높을수록, 부채비율이 낮을수록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 좋은 방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재무 안정성 외에도 영업 안정성도 분석합니다. 매출채권회전율, 재고자산회전율, 매입채무회전율 등을 분석하여 기업에 투하된 자본이 기간 중 얼마나 활발하게 운용되었는지를 파악합니다.
현금흐름표
투자자는 경영 성과에 가장 관심이 많고 손익계산서는 이를 위한 재무제표이지만, ‘발생주의’ 회계 처리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발생주의는 실제 현금의 유출입과 상관없이 거래가 발생한 기간에 재무적 효과를 기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러 분석 및 의사결정에 현금이 갖는 의미는 매우 강력합니다. 현금흐름표는 이러한 발생주의의 한계를 보완해 주는 재무제표로서, 현금의 유출입을 기준으로 거래를 직관적으로 나타내어 재무제표 이용자에게 더욱 유용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현금흐름표는 크게 영업활동/투자활동/재무활동으로 구분하여 현금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스타트업의 영업활동으로 발생한 현금의 유출입을 보고하는데, 쉽게 설명하여 한 회계기간 동안 비즈니스를 통해 창출해 낸 현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EBITDA와 상당 부분 유사한 개념이지만, 서로 장단점이 있으므로 보완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죠.
음(-)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나타나는 스타트업에게는 회사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통해 기업 운영에 필요한 현금의 규모를 파악할 수 있고, 현재 보유한 현금과 비교하여 현금 소진 기간을 분석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말 그대로 투자활동과 관련된 거래를 보여줍니다. 스타트업이 영위하는 업종에 따라 투자활동의 규모는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음(-)의 현금흐름을 보여줄 것입니다.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스타트업에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초기~성장단계의 스타트업은 대부분 음(-)의 영업활동/투자활동 현금흐름이, 양(+)의 재무활동 현금흐름이 나타납니다. 이제 막 자본을 조달하여 영업활동을 위한 투자활동이 활발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재무활동 현금흐름에는 투자유치(유상증자) 뿐만 아니라 차입을 통한 자본조달도 포함되고, 투입된 자금에 대한 상환(원금 상환, 배당 등)과 관련된 정보도 나타나므로 투자자들에게 여러 유용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투자자를 포함한 여러 이용자들에게 매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현금흐름표이지만, 이를 작성하기에는 실무적으로 어려움이 있습니다. 회계 프로그램으로 자동적으로 산출되는 재무제표가 아니며, 작성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회계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잠재 투자자를 포함, 기존 투자자들이 현금흐름표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에 대비하여야 합니다.
주석
주석은 기업이 채택한 회계기준과 방침에 대해 설명하고, 재무제표에 숫자로 나타낼 수 없는 질적 정보들을 자세하게 제공합니다. 주석은 재무제표의 한 종류이지만, 감사보고서에 첨부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많은 이들에게 생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석과 나머지 재무제표들을 함께 분석할 때 기업의 경영 성과나 재무상태를 훨씬 깊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중요도는 매우 높다 하겠습니다. 우리 회사의 감사보고서가 있다면 주석까지 관심 있게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