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I로 매우 빠르고 간편하게 경정청구 환급액을 알려준다는 광고가 늘어나고있습니다. 정말 AI로 경정청구를 할 수 있을까요? 다소 자극적이고 민감한 주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법인세가 어떻게 계산되어 신고하고 이를 돌려받기 위한 경정청구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이해하면 이 질문에 각자가 어느정도 답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법인세 계산

실제 법인세 계산은 꽤나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만 가장 중요한 세무조정을 통해 과세표준이 계산되는 과정과 세액공제/감면에 대해서만 이해해도 큰 틀을 이해하는데에는 무리가 없습니다.

(1) 과세표준

세율을 적용하기 위한 최종 소득금액(수익-비용) 을 과세표준이라 합니다. 법인세를 신고납부하기 위한 과세표준은 회사의 1년 거래 중 세법이 인정하는 수익과 비용을 집계한 후 그 차액으로 계산이 됩니다. 문제는 세법의 수익/비용 인정 기준이 회계와는 조금 다르다는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세법은 실현되지 않은 평가이익과 손실 모두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정책적인 목적으로 전액을 인정해주지 않고 일정 한도까지만 비용으로 인정해주는 접대비와 대손상각비 등도 대표적인 회계기준과 세법의 차이가 있는 비용에 해당합니다. 

문제는 세법 기준에 따라 장부를 처음부터 다시 작성하는 것은 회계장부를 이미 작성하는 기업에게 있어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법인세는 실무적으로 회계장부를 우선적으로 작성한 후 세법과 회계와의 차이를 별도로 조정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치는데 이를 ‘세무조정’ 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세무조정은 회계와 세법 모두의 높은 이해도를 요구합니다. 종소세와 재산세 등 일반적인 세무 영역은 세무사가 주를 이루는 반면, 법인세 만큼은 회계사가 주를 이루는 것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특히, 대부분의 대기업은 회계법인을 세무대리인으로 하여 법인세를 신고하고 있습니다). 

(2) 세액공제와 감면

일반적으로 세무전문가가 아니라면 세무조정보다는 이 공제 감면에 더 익숙할 것입니다. 공제와 감면은 과세표준의 율을 적용하여 계산된 세액에서 세금을 더욱 줄여주는 항목입니다.

대표적으로 창업감면, R&D공제, 고용 관련 공제 등이 존재하며, 일반적으로 국가에서 법인에 장려하고 유도하고 싶어하는 부분에 대한 혜택의 성격으로 입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인세액 자체를 직접 줄여주며, 납부할 세금이 없거나 공제액이 더 많다면 이월하여 추후 사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2. 법인세 신고

법인세를 계산하였다면 법인세를 신고한 후 납부해야 합니다. 법인세는 사업연도 종료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신고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법인은 12월말 법인이므로 3월말이 법인세 신고납부기한이라고 이해해도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법인세는 신고납부하는 세목으로서 납세자가 자신이 낼 세금을 스스로 계산하여 신고한 후 납부해야 합니다. 납세자는 알아서 스스로 세금을 잘 신고하고 납부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잘못하여 신고납부하지 않거나 적게 신고납부한다면 ‘가산세’ 라는 페널티를 부담하게 됩니다.

얼핏 보면 납세자 입장에서 굉장히 불합리한 제도로 생각될 수 있습니다. 세금을 내는 것도 억울(?)한데 계산까지 알아서 해야 하고 틀린다면 페널티까지 있으니까요. 이는 국가가 각 법인의 상황을 하나하나 이해하고 모든 거래를 이해하고 세금을 부과하기엔 행정력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반대로 회사 입장에서도 세금 신고의 부담이 큰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매출액이 일정 이상이거나 조세감면 등의 혜택을 받으려는 법인은 외부신고라 하여 회계사나 세무사 등의 도움을 받아 법인세를 신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3. 수정신고와 경정청구

3월 31일까지 법인세를 최선을 다해서 계산하고 신고 납부했지만 당연히 잘못될 수도 있겠지요? 세금을 적게 납부했다면 스스로 이를 수정할 수 있고 이러한 절차를 ‘수정신고’ 라고 합니다. 세금을 더 내겠다는 것이므로 신고로 효력이 발생하므로 상대적으로 절차가 단순합니다. 반대로 세금을 많이 납부하여 이를 돌려달라고 요청하는 절차를 ‘경정청구’ 라고 합니다. ‘수정신고’ 와 달리 ‘청구’ 의 개념으로 세금이 환급되기 위해선 세무서(혹은 국세청)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한 번 냈던 세금을 돌려받는 것이므로 왜 세금을 돌려받는 것이 적법한지 납세자가 이를 입증해야 하므로 세무서를 설득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청구가 거절당하거나 금액이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당초 신고한 날로부터 5년이 경과하면 설령 너무나 명확하게 세금을 더 냈더라도 더 이상 납세자는 세금을 환급 받을 수 없습니다.

경정청구를 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당초 신고 내용을 이해하고 변경된 세액을 계산하고 이 과정에서의 법적인 근거와 회사가 실제 이에 해당하는 다양한 증빙을 제출하고 사실판단이나 법리해석에 있어 세무서와 이견이 있을 경우 이를 설득하고 조율하는 과정도 필요하기에 굉장히 어렵고 복잡한 과정이 수반됩니다. 세무서 입장에서는 줬다 뺏는 기분이 들어서겠죠? 그 과정이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

4. AI와 경정청구

아직 AI가 세무서를 직접 설득해주지는 못합니다. 챗GPT 가 고도로 발전된다면 이 과정도 AI가 대신해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최근 광고를 통해 쉽게 접해볼 수 있는 AI 경정청구는 환급세액 계산의 과정을 AI 로 대체하여 쉽게 환급금을 조회해준다는 것입니다. AI마다 요구하는 정보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공인인증서를 통하여 홈택스와 고용산재보험 내역을 조회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5. AI의 한계

경험많은 대표님이나 담당자라면 홈택스와 고용산재보험 신고내역은 사실 법인세를 계산할만큼의 충분한 정보가 담겨있지 않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을겁니다. 앞서 설명한 기나긴 법인세 계산의 옳고 그름을 한순간에 판단하기에는 매우 부족한 정보입니다. 최소한 회사의 거래 하나하나가 담긴 계정별 원장이 필요하고(이마저도 회계처리가 100% 올바르다는 전제도 필요하긴 합니다.) 이 회사가 어떻게 설립되고 어떤 거래를 하고 있는 법인인지 파악하고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계약서 확인과 인터뷰, 기타 증빙 확인도 매우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AI 환급금 조회의 설명을 잘 살펴보면, 결국 담당 세무사나 회계사를 배정하고 다시 검토 과정을 거치는데 이는 AI 조회내역의 한계를 반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AI가 언젠가는 경정청구도 해주고 세무조사도 받고 회계감사도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아직은 기존 신고내역의 확인과 매우 기초적인 정보를 모아서 정리하고 이를 토대로 환급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는 역할 정도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미래는 예측할 수 없지만 적어도 아직은 AI는 주된 역할보다는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수준이고 사람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6. 우리 회사가 법인세를 많이 내는 것 같다면

사실 가장 쉬운 길은 기존의 법인세 신고대리를 해주던 업체에 문의하여 검토를 요청하는 것입니다. 회사의 상황이나 히스토리를 모두 알고 있어 가장 정확한 검토가 가능합니다. 다만, 기존의 법인세 신고대를 해주던 업체를 믿지 못한다면 다른 업체의 도움을 받는 것도 전혀 문제없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업체에 검토를 요청한다면 더 열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주변의 도움을 요청할만한 곳이 없어 AI의 도움을 고민했다면 마일스톤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