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을 내기도 바쁜 스타트업 입장에서 세무조사는 조금 먼 얘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회사가 잘 되면 잘 될수록 세무조사를 받고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오히려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세무조사에 대한 지식을 미리 가지고 있어서 나쁠 것은 없다.
1. 세무조사의 종류
세무조사는 기본적으로 크게 정기 세무조사와 수시 세무조사로 구분할 수 있다. 정기 세무조사는 말 그대로 일정한 주기로 세무조사를 하는 것으로 특히 규모가 큰 대기업은 거의 반드시 5년마다 세무조사를 받게 된다. 대기업이 아니라 하더라도 국세청 자체 분석에 따라 신고 성실도를 파악하여 신고 대상을 선정한다.
다만 사전 분석이라는 것이 당연히 완벽할 수 없어 위험한 행위에도 불구하고 조사 대상에 선정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특별한 일 없이도 조사 대상에 선정될 수도 있다. 조사 대상에 선정되면 15일 전에 사전통지를 해야 하므로 비록 길진 않지만 마음의 준비와 자료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수시 세무조사는 소위 말하는 어떠한 ‘혐의’ 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사전분석과 달리 제보나 명백한 자료 등 구체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가 많아 실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수시 세무조사의 가장 무서운 점은 사전통지 없이 조사가 시작되고 자료를 ‘영치’ 해간다는 점이다. 마치 드라마에서 나오듯 조사관들이 통지서와 함께 방문하여 회사의 모든 유무형의 데이터를 모두 가져간다. 모든 자료를 가져가므로 회사의 민감한 사항까지 모두 가져가게 되고 가끔은 세무 이슈를 검토한 자료가 그대로 들어가기도 하므로 문제가 조금이라도 있는 사항은 적발 확률도 높아지고 실제 과세가 일어날 확률도 높아진다.
사안이 중대하다면 단순하게 세금만 추가로 납부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조세범처벌법이라는 법에 따라 회사와 대표가 처벌받을 수도 있다. 어떠한 일로 우리 회사에 영치 세무조사가 나왔다면 반드시 심각한 일로 인지하고 조사 시작과 함께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것이 좋다.
2. 세무대리인 활용
조사 대상으로 선정되었다면 회사가 자체적으로 대응을 할지, 세무대리인을 사용할지, 혹은 대응은 회사가 하되 자문을 받아 처리해 갈지 먼저 결정하는 것이 가장 좋다.
1) 자체 대응
회사가 특별하게 이슈가 없다고 확신하고 내부에 세무지식이 있는 임직원이 있다면 자체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다. 다만 일반적으로 세무지식이 있는 임직원이 없는 경우가 많고 세무조사를 받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스타트업 입장에서 세무조사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이미 문제가 큰 상황일 수 있으므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처음에는 회사가 일단 해보다가 문제가 생기면 세무대리인을 쓰면 되지’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으나 세무조사는 90% 이상이 법리싸움이 아닌 사실관계 싸움이다. 회사에 불리한 사실관계를 모두 오픈하고 불리한 자료를 잔뜩 제출하고 나서는 아무리 비싸고 유명한 회계사, 변호사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비싼 전문가 수수료만 추가로 지출하고 세금은 세금대로 내야 할 가능성이 높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너무 높아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세무팀이 별도로 있고 내부에 회계사가 있고 매년 세무 점검을 체계적으로 하는 대기업조차도 세무조사만큼은 거의 예외 없이 대리인을 사용하는 것이 괜한 이유는 아니다.
2) 세무대리인 대응
세무대리인이 직접 대응까지 하는 경우와 회사가 대응을 하면서 세무대리인의 자문을 받는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세무대리인이 회사의 위임을 받는 경우 회사를 대신해서 조사관을 만나고 회의하고 자료를 제출하는 모든 활동을 직접 할 수 있다. 아무래도 비용이 비싸지만 회사 입장에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훨씬 편할 수 있다. 다만, 세무조사 경험이 많지 않은 세무대리인에게 잘못 맡길 경우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으므로 세무대리인 선정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세무대리인의 자문만 받는 경우는 회사가 전면에서 직접 대응을 하되, 세무대리인과 의견을 나누는 방식이다. 대리인 활용의 장점과 회사 직접 대응의 장점을 섞는 방식이지만 반대로 단점도 섞일 수 있으므로 회사에 직접 대응할 역량, 즉 세무지식+사람을 상대하는 스킬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서만 추천하고 싶다.
3. 세무조사의 핵심
세무조사는 법적인 것들을 다투는 자리로 드라마에서처럼 치열하게 무슨 법 몇 조 몇 항을 이야기할 거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세무조사의 90%는 사실관계 다툼이다. 이는 비단 스타트업이라서가 아니라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대부분의 조사 시간은 사실관계를 확정해 나가는데 사용된다. 자료를 제출하고, 인터뷰를 하고, 또 후속자료를 제출하고 기존 신고내역을 검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고 이 때 어떻게 자료를 내고 어떻게 인터뷰를 하느냐에 따라 과세 여부가 달라질 수도 있고 과세 규모가 달라질 수도 있다.
자료를 가공하거나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료 대응은 팩트에 입각하여 최대한 문제가 안될 자료 위주로 최대한 깔끔하게 정리해서 제출하고 인터뷰 대응은 잘 처리한 부분을 강조하고 문제가 될 부분은 굳이 언급을 피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회사 입장에서 보다 유리한 사실관계 싸움에서 조사반에게 불리한 실마리를 던져주는 것은 솔직한 것이 아니라 미숙한 것이다. 물론 조사반에서 이미 자료를 확보하거나 이해하고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 때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구체적인 과세 범위를 어떻게 협의할지, 어떤 자료를 제출하고 어디까지 인정하고 어디까지는 강경한 입장을 취할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각 사안과 조사 전반에 걸친 회사의 유불리를 고려하여 섬세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4. 조사가 끝나면
회사가 납득할 만한 과세 금액과 항목이었던 혹은 그렇지 않든 조사는 정해진 기일에 끝이 나게 된다 (물론 연장될 수도 있다). 조사가 끝나면 회사에서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사항은 조사반이 제시한 추징 항목과 금액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이다.
조사관이 사실관계를 오해했거나 추징세액을 잘못 계산했다면 최대한 빨리 소명할 필요가 있다. 가능하면 구두로 모든 걸 소명하기보다는 소명의 골자만 전달한 후 회사가 직접 혹은 세무대리인의 도움을 받아 정식 소명서 혹은 의견서를 제출하는 편이 좋다. 타이밍이 늦게 되면, 넘어갈 수 있거나 원만히 협의될 가능성이 있는 사안도 과세가 될 수 있다.
사실관계에 대한 법리 해석의 차이가 있고 의견서와 소명서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반과 회사의 생각이 달라 과세가 일어날 수도 있다. 이때는 불복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90일 이내에 불복이 진행되어야 하므로 반드시 빠르게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과세전적부심이라고 하여 세금을 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고 과세전적부심이 지난다면 조세심판과 조세소송 등 긴 싸움이 기다리고 있으므로 비용과 시간 소요를 고려할 때 반드시 해볼만한 싸움인지에 대한 냉철하고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불복 과정에 대해서는 아래 글을 참고하면 보다 도움이 될 것 같다.
5. 사전대비
‘저희는 세무사 혹은 회계사의 도움을 받아서 매년 신고를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 없어요’라고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 사실 법인세나 기타 세금을 신고하는 것은 다소 기계적으로 진행되고 회사의 사실관계를 100%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 신고만으로 tax risk를 헷지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또한, 결정이 모호한 사항도 굉장히 많아 신고대리인의 성향에 따라 보수적으로 혹은 공격적으로 처리되는 건들도 있으나 스타트업은 그 특성상 대표나 담당자가 처리 방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도 있다.
그 동안 신경을 쓰지 못한 회사라면 당연히 말할 것도 없고 계속 외부에 도움을 받아서 신고한 회사라고 하더라도 규모가 커지고 세금납부 규모가 커지고 있다면 한번쯤은 모의세무조사 (혹은 세무진단) 이라는 용역을 통하여 외부의 점검을 받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회계사 혹은 세무사가 세무조사관의 관점에서 회사의 모든 거래를 살펴보고 잘못 처리되고 있는 내역들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리스크가 확인된 사항들에 대해서 과거 내역을 어떻게 대응할지, 앞으로는 실무적으로 어떻게 처리해 나갈지 등에 대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세무조사를 받는 것과 별개로도 회사에 도움이 되는 면이 있다. 큰 용역을 진행할 정도의 사이즈는 아니지만 앞으로 처리를 잘하고 싶다면 상시로 자문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신고 진행과정에서의 자문은 제한적이므로 별도로 월 자문이나 수시 자문을 통하여 회사의 문제가 될 만한 거래를 미리미리 사전에 검토 받는다면 리스크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6. 마치며
세무조사는 사실 받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조 단위의 상장사, 대기업들이 5년 내내 철저하게 준비하고 대형 법무법인이나 대형 회계법인의 도움을 받아 세무조사를 받으면서도 수 십억 수백 억을 추가로 내는 것이 그다지 특별한 일은 아니다. 삼성전자도 제작년 세무조사에서 약 5,000억 원을 추징 당한 바 있다고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 국세청 세무조사로 또다시 ‘5000억’ 추징)
즉 세무조사가 시작되면 어느 정도의 추징은 감내해야 할 가능성이 높지만 아무렇게나 조사를 받아도 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사전에 그리고 대응 과정에서 얼마나 신경을 쓰느냐에 따라 세무조사 결과에는 너무나 큰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세무조사는 그 속성상 반드시 예고 없이 시작되므로 회사가 성장하고 있다면 평소에 수시로 미리미리 준비해서 손해 볼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