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가치세(VAT)는 거래 단계마다 발생하여 최종 소비자가 부담하는 세금이다. 다만 부가가치세법에는 특정 거래에서 예외적으로 거래 상대방이 공급자를 대신하여 부가가치세를 징수하고 납부하도록 하는 ‘대리납부제도’가 존재한다. 본 칼럼에서는 국외사업자와의 거래시 대리납부 의무가 발생하는 구체적인 요건과 대리납부 신청절차, 예외사항 등을 다음과 같이 살펴본다.

 

1. 국외사업자 용역 대리납부 요건 4가지

부가가치세법 제52조에 따라 대리납부 의무가 가장 흔히 발생하는 경우는, 국내 사업장이 없는 국외사업자로부터 용역이나 권리(이하 “용역 등”)를 공급받는 경우로, 다음의 네 가지 핵심 요건이 모두 충족될 때 발생한다. 이 요건들은 세원 파악에 한계가 있는 국외거래에 대해 부가가치세의 원활한 징수를 가능하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용역 등의 소비지인 대한민국에서 과세하기 위한 목적을 담고 있다.

 

1) 공급받는 자 요건: 면세사업자 등 과세사업 외 사용할 것

대리납부 제도는 용역 등을 공급받은 자가 해당 용역 등을 부가가치세가 과세되는 사업(과세사업)에 사용하지 않고, 면세사업 또는 비영리 목적사업에 사용하는 경우에 적용된다. 이 요건은 제도의 취지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만약 과세사업자가 국외사업자로부터 용역 등을 공급받아 대리납부를 한다면, 납부한 세액을 매입세액으로 공제받을 수 있으므로 최종적인 세수 효과는 ‘0’이 되어 제도의 실익이 사라진다.

 

따라서 이 제도는 매입세액 공제가 불가능한 면세사업자나 비영리법인이 국외사업자로부터 용역 등을 공급받아 국내에서 소비할 때, 소비세적 성격의 부가가치세를 부담시키기 위해 설계된 것이다.

다만, 과세사업자라 하더라도 부가가치세법 제32조에 따라 매입세액이 불공제되는 용역을 공급받은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대리납부 의무가 발생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2) 공급자 요건: 국내사업장이 없는 국외사업자일 것

용역 등을 공급하는 주체는 원칙적으로 국내사업장이 없는 비거주자 또는 외국법인이어야 한다. 이는 국내 사업장이 없어 세원 파악 및 세금 징수가 어려운 국외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제도의 기본 원칙에 따른 것이다. 다만, 국내에 사업장이 있더라도 해당 국내사업장과 직접 관련이 없는 용역 등을 공급하는 경우라면 대리납부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해외 본사를 둔 국내 지점이 본점으로부터 용역 등을 제공받는 경우에는 대리납부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경우는 본지점 간 거래로 보아 별도의 과세 규정을 적용하게 된다.

 

3) 거래 대상 요건: 과세 대상 용역 또는 권리

대리납부 의무는 공급받는 용역 등이 부가가치세법상 과세 대상일 때만 발생한다. 만약 의료보건, 교육, 주택 임대 등 부가가치세법 제26조에 따른 면세대상 용역을 공급받는 경우라면 대리납부 의무는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거래가 과세대상인지 여부를 먼저 정확히 판별하는 것이 실무상 매우 중요하다.

 

4) 공급 장소 요건: 국내에서의 사용 또는 소비

대리납부 의무는 용역 등이 ‘국내에서’ 공급될 때 성립한다. 여기서 ‘국내에서 공급’된다는 의미는 단순히 용역이 물리적으로 수행된 장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용역의 결과물이 국내에서 사용되거나 소비된 장소를 포함한다.

 

예를 들어, 외국 로펌이 국외에서 법률 자문 용역을 제공하고 그 결과물을 이메일로 송부하여 국내 사업자가 이를 사용했다면, 용역의 효용은 국내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아 대리납부 의무가 성립한다고 보는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서울행정법원2021구합87446, 2022.07.12, 조심2021서3243, 2021.09.15 등).

 

2. 대리납부 신청 절차

대리납부 의무자는 ‘대가 지급일’이 속하는 예정신고기간 또는 확정신고기간에 대한 신고기한 내에 부가가치세 대리납부신고서와 함께 대리납부 세액을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고 납부해야 한다.

대리납부 신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정확하게 기재해야 한다.

 

– 신고인 정보: 상호, 사업자등록번호, 성명, 사업장 소재지 등.

– 공급자 정보: 용역 등 공급자의 성명(법인명), 주소.

– 거래 정보: 대가 지급일, 용역 공급가액(원화 환산), 대리납부할 부가가치세액, 가산세 등.

 

특히 외화로 대가를 지급하는 경우, 환율 적용에 유의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원화로 외화를 매입하여 지급하는 경우에는 지급일 현재의 대고객 외국환매도율을, 보유 중인 외화로 지급하는 경우에는 지급일 현재의 기준환율 또는 재정환율을 적용하여야 한다.

 

또한 공급받은 용역을 과세사업과 면세사업에 공통으로 사용하는 경우, 면세사업에 사용된 부분에 대해서만 대리납부 의무가 발생하므로 안분 계산이 필요할 수 있다. 실지귀속을 구분할 수 없는 경우 대리납부할 용역 대가는 ‘해당 용역의 총공급가액’에 ‘해당 과세기간의 면세공급가액 비율(총공급가액 대비 면세공급가액)’을 곱하여 산출한다.

 

3. 예외사항 – 전자적 용역

2015년 7월부터 전자적 용역 간편사업자등록 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국외사업자가 전자적 용역(앱,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클라우드 등)을 국내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경우, 공급자인 국외사업자가 직접 한국 국세청에 간편사업자로 등록해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하도록 의무화되었다. 이는 글로벌 디지털 거래의 급증에 따라 과세형평성을 확보하고, 소비자의 납세 편의성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로, 전자적 용역은 일반적인 용역과 달리 대리납부 대상이 아닌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4. 결론

부가가치세 대리납부 의무는 국내 사업장이 없는 국외사업자로부터 과세대상 용역이나 권리를 국내에서 공급받아, 이를 과세사업에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 발생한다. 대리납부 의무자는 대가 지급일이 속하는 과세기간의 신고기한 내에 대리납부 신고서를 제출하고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거래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대리납부 의무 성립 여부가 달라질 수 있고, 실무적인 절차 또한 정확한 지식을 요구하므로, 사전에 세무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리스크를 점검하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