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거래소는 고객이 맡긴 가상자산을 자산과 부채로 인식하고 있을까?
지난 연말에 가상자산 회계처리 관련하여 여러 세미나들이 열렸습니다. 가장 이슈가 된 것은 가상자산거래소가 고객이 예치한 가상자산을 거래소의 자산과 부채로 인식해야 하는지였습니다. 쉽게 말해,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재무제표에 고객이 맡긴 가상자산을 자산과 부채로 인식해야 하는가입니다.
1. 현재 가상자산거래소는 고객예치 가상자산을 재무제표에 자산과 부채로 인식하지 않고 있습니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원화마켓을 운영중인 5대 거래소의 감사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고객예치 가상자산은 자산의 정의와 인식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자산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습니다.
두나무 주석 2 번 재무제표 작성 기준 및 중요한 회계정책
(20) 가상자산
한편, 당사의 고객이 위탁 보관한 가상자산은 당사에 의해 지배되지 않고, 이에 대한 미래의 경제적 효익이 당사에 유입되지 않으므로, 자산의 정의와 인식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하여 고객의 가상자산을 별도의 자산으로 인식하지 아니하였습니다.
2. 고객예치 가상자산은 회계기준상 ‘자산’과 ‘부채’의 정의를 왜 충족하지 못하는가?
(1) 자산
재무회계개념체계에서의 자산은 “과거의 거래나 사건의 결과로서 현재 기업실체에 의해 지배되고 미래에 경제적 효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는 자원”이며, 자산에 내재된 미래의 경제적 효익이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기업실체의 미래 현금흐름 창출에 기여하는 잠재력”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당해 항목에 내재된 미래의 경제적 효익이 기업실체에 유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또한 그 측정속성에 대한 가액이 신뢰성 있게 측정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재무상태표에 자산을 인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예치한 가상자산은 회사가 지배하고 있지 않으며, 회사에게 미래 경제적 효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는 자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자산의 정의를 충족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재무상태표에 자산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2) 부채
재무회계개념체계에서는 부채를 “과거의 거래나 사건의 결과로 현재 기업실체가 부담하고 있고 미래에 자원의 유출 또는 사용이 예상되는 의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기업실체가 현재 시점에서 부담하는 경제적 의무로서 현재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미래에 경제적 효익의 희생이 수반되는데 현재의 의무는 주로 현금 또는 기타 자산의 이전, 용역의 제공, 다른 의무로의 대체 또는 자본으로의 전환 등의 방법으로 이행된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기업실체가 현재의 의무를 미래에 이행할 때 경제적 효익이 유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 금액을 신뢰성 있게 측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재무상태표에 부채로 인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거래소가 보유하고 있는 고객예치 가상자산이 부채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고객예치 가상자산을 고객에게 반환할 때 거래소가 보유하고 있는 자원 혹은 경제적 효익이 유출되어야 합니다. 즉, 고객예치 가상자산이 자산으로 인식됨이 선행되는 경우에 한하여 고객예치 가상자산은 부채로 인식되어야 하는 것으로, 자산의 정의를 충족하지 못하는 고객예치 가상자산은 당연하게 부채의 정의를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3. 미국 SEC와 한국회계기준원의 입장
22년 3월 미국 SEC는 가상자산거래소가 보유중인 고객의 가상자산을 재무제표 부채로 간주한다는 지침을 발표하였습니다. 근거는 가상자산 관련 위험으로부터 고객의 자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으므로 이를 가상자산거래소 재무제표의 부채로 반영하고 동일한 금액을 자산으로 반영하라는 것입니다. 즉, 회계기준 상 자산과 부채 요건을 충족했는지 보다는 고객 보호를 더 염두해 둔 결정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한국회계기준원은 SEC지침은 IFRS와의 정합성 결여로 국내에 직접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즉, 가상자산거래소가 노출된 위험(충당부채)의 공정가치 평가 및 보상자산 인식 근거가 미흡하다는 것입니다. 다만, 현재 가상자산거래소의 고객위탁 가상자산과 고객 예치금의 유사성에 근거하여 고객위탁 가상자산과 반환의무를 자산과 부채로 인식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하였습니다. 따라서, 추후 회계기준원의 명확한 해석과 기준서 변경 등을 지켜보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