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행보에서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적극적 모습으로
GS그룹은 M&A에 보수적인 행보를 보여 왔습니다. LG그룹에서 분리되어 GS그룹이 출범한 2005년 이후 인천정유, 대한통운, 하이마트 등 여러 대형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이후 불참 의사를 밝히고 물러나기도 했습니다. 보수적 행보의 이유로 오너 일가 수십 명이 지주회사의 지분을 잘게 쪼개어 나눠 가진 특수한 지배구조 또는 재무에 밝은 허창수 전 회장이 적정가치 산정을 중시해 무리한 베팅을 하지 않는 진중한 성향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2019년 허태수 회장이 취임한 이후로 M&A에 좀 더 적극적으로 변화했습니다. 허태수 회장은 새로운 것을 크게 만들자는 뜻의 “뉴 투 빅(New to big)”이라는 슬로건을 통해 새로운 사업 모델 확장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이에 대해 2020년 코로나19,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의 하락으로 그룹의 실적을 좌우하는 GS칼텍스가 흔들리자 신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오너 일가 내부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허태수 회장이 이끄는 GS그룹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그룹 지주회사인 ㈜GS의 규모가 커졌고, 지주사 내 사업지원팀의 명칭을 미래사업팀으로 바꾸어 그룹 차원에서의 M&A 검토, 신사업 발굴, 미래 전략 등을 맡게 했습니다. 그리고 실리콘밸리에 투자회사 GS퓨처스와 GS비욘드를 설립했고, 작년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인 GS벤처스를 설립해 펀드 결성까지 마쳤습니다.
Deal 사례를 보면, GS는 유통·커머스 기업인 GS리테일과 에너지 전문 사업지주회사 GS에너지를 통해 여러 지분투자와 인수를 진행했습니다. GS칼텍스와 GS에너지는 카카오모빌리티에 투자했습니다. GS리테일은 메쉬코리아, 펫프렌즈,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농업법인 퍼스프, 쿠캣 등의 지분을 인수하여 기존 유통, 편의점 사업에 더해 물류, 식품, 플랫폼 등 여러 사업과 시너지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2021년에는 ㈜GS가 비마이프렌즈(팬 플랫폼 스타트업), 한국신용데이터(소상공인 재무·회계관리 서비스)에 각각 10억원, 43억원을 투자했는데, 지주회사가 처음으로 직접 스타트업에 투자를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작년 GS가 딜 시장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것은 보톡스 전문기업 휴젤 인수일 것입니다. GS는 사모펀드(IMM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이뤄 휴젤 인수에 성공했습니다. 자본을 가진 재무적 투자자(FI)와 전략적 투자자(SI)의 협업은 양쪽 모두에게 유리했습니다. GS는 인수에 투입해야 하는 금전적 부담을 줄이고, 사모펀드가 보유한 포트폴리오 기업과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휴젤 인수전에는 GS컨소시엄과 사환제약 컨소시엄이 맞붙었는데, 사환제약 컨소시엄은 해외 제약사와 투자사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런데 휴젤이 보유한 기술(보툴리눔 톡신)이 국가 핵심기술에 해당해, 이 기술을 보유한 회사의 지분 구조가 변경되거나 M&A를 할 때 정부 차원의 규제를 받습니다. 매도 측은 국내 대기업이 포함된 GS컨소시엄에 매각하는 것이 추후 정부의 승인 절차를 받기에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이 있어서, 사환제약 컨소시엄이 약 20%(3500억원) 정도 높은 금액을 제시했음에도 GS컨소시엄이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투자업계에서는 GS가 웰에이징(Well-aging)에 주목하고 있다고 봅니다. 작년 말 GS는 구강스캐너 전문기업 메디트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는데요. 구강스캐너는 임플란트와 패키지로 묶일 만큼 웰에이징에 밀접한 사업입니다. 그리고 휴젤을 그룹 차원의 바이오사업 다각화 플랫폼으로 육성해 바이오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점 등을 보아 GS가 바이오산업, 특히 웰에이징에 주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M&A에 있어 보수적 행보를 보였던 GS그룹이 이제 변화된 모습으로 딜 시장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GS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