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공장에서 시작해 건자재, 금융, 물류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집단이 되기까지
Deal 시장 뉴스를 보다 보면 유진자산운용, 유진PE 등 유진그룹의 금융 계열사들을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22년 기준 재계 69위 기업집단인 유진그룹의 모체는 1969년 설립된 영양제과입니다. 작은 제과공장은 건빵 군납 자격을 얻으면서 규모를 키웠고, 1979년 유진종합개발을 설립해 건설업에 진출, 그리고 5년 후 유진기업을 설립해 레미콘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제과회사에서 출발해 건자재 사업을 기반으로 금융, 물류, 레저, 환경/에너지, IT 등으로 사세를 확장하게 된 동력 중 하나는 유진그룹 유경선 회장의 적극적인 M&A 행보일 것입니다.
2004년 고려시멘트 인수를 시작으로 팔 것은 팔고, 살 것은 과감하게 산다는 기조로 자기보다 규모가 큰 회사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유진그룹의 주요 M&A 내역은 1) 로젠택배, 하이마트, 한국통운, 태성시스템 인수를 통한 유통, 물류 사업으로 진출, 2) 레미콘 기업인 동양 인수를 통한 시장지배력 확대, 3) 서울증권(유진투자증권)과 현대저축은행(유진저축은행) 인수로 금융업으로 확장으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대우건설, 두산인프라코어 등 굵직한 기업의 인수전에도 참여했지만 인수에는 실패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로젠택배와 하이마트를 다시 매각했고, 레미콘 사업에서 입찰담합 등으로 공정위로부터 벌금을 부과 받으면서 대주주 적격성 이슈 등이 불거져 유진저축은행을 매각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인수와 매각, 여러 업종들을 넘나드는 M&A 행보의 바탕에는 어떤 판단이 전제되어 있을까요? 2007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 유경선 회장의 M&A 철학이 드러나 있습니다.
기자가 이종산업에 계속 진출하는 이유를 묻자, 유 회장은 업종의 차이점보다는 사업의 방식 및 원칙의 유사성에 집중한다고 했습니다.
- 제과업과 레미콘 사업은, 밀가루를 비벼서 빵을 만드는 것이 시멘트를 비비는 것으로 달라졌을 뿐 원가 구성, 수율, 소비자 성향은 모두 비슷하며,
- 레미콘 사업과 택배업은, 레미콘을 정해진 시간에 소비자한테 갖다 줘야 공사가 되는 것과 택배를 약속한 시간에 고객에게 배달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답합니다.
그렇게 따지자면, 세상의 모든 M&A 매물이 유진그룹과 상관있는 것 아니냐의 다소 짓궂어 보이는 기자의 질문에 유 회장은 “모두 상관이 있죠. 단지 우리 기업과 시너지 효과가 큰 회사를 찾는 것뿐입니다. 높은 가치가 있는 회사에 좋은 조건이라면, 충분히 딜(M&A)이 있을 수 있죠.”라고 말합니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거리낌보다는 사업 간 공통분모와 시너지를 찾는 방향으로 Deal에 접근한 것이 적극적인 M&A의 원천으로 보입니다.
최근 유진기업은 건자재 소매(B2C) 확대, 건자재 물류센터 구축, 친환경 제품 개발 등에 주목하고 있는 점을 보아 각 키워드에 관련된 기업 인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유경선 회장의 M&A 유전자에는 업종의 벽이 높지 않으니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낼 거래 또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