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가 아닌 제품을 보는 것이 정말 힘들다는 것은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부분입니다. 비단 중국뿐일까요? 베트남, 인도, 멕시코 등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한 글로벌 생산 기지가 아시아권이나 남미권으로 이동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따라서 국내 커머스 기업의 OEM 공장 역시 대부분 해외에 위치하고 있으며 수입·통관 업무는 일상적인 회사 주요 업무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실무에서는 대부분 무역 조건에 의해 수입 수출 업무가 이루어집니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신입사원 또는 사회 초년생에게는 처음에 이러한 전문 알파벳 용어가 외계어처럼 들릴 수 있으나, 한 달만 지나도 세상에서 가장 친숙해질 것입니다.
본 글에서는 해외 생산·매입 담당자 뿐 아니라 회계담당자 역시 회사의 주요 무역 조건에 대해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회계기준을 들어 설명하고자 합니다.
1. 아직 도착하지 않은 재고, 미착품의 존재
해외에서 수입되는 상품은 국내에 오기까지 빠르면 하루, 길면 몇 주도 걸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운송 중인 매입 상품을 회계 용어로 미착품이라고 하는데, 이를 우리의 재고자산으로 포함시킬 수 있는지 아닌지에 따라, 기초 기말 재고금액이 바뀔 수 있습니다.
보통 수입 상품은 벌크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금액적으로 중요한 편입니다. 재고자산회전율이나 회전기간 등 회사의 영업 상황을 대변할 수 있는 주요 재무 지표를 구할 때 기초 기말 재고금액으로 계산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므로, 이러한 미착품 금액을 포함할지 여부는 생각보다 더욱 중요해집니다.
2. 미착 재고는 언제 우리 것이 되나요?
미착품은 법률적 소유권의 유무에 따라 회계상 재고자산 포함 여부가 결정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법률적 소유권 유무는 일반적으로 매입 거래 조건에 따르며, 이것이 위에서 기술한 인코텀즈(Incoterms)입니다.
국제상업회의소(ICC)가 주관 작성한 이 규칙은 현재 11가지의 조건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매수인과 매도인이 운송의 어느 과정까지를 책임지고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누가 부담하는지의 내용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3. 실무에서 자주 쓰이는 주요 인코텀즈에 따른 회계처리
본 글에서 인코텀즈 무역 조건 11가지에 대한 회계처리를 모두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실무적으로 자주 쓰이는 조건은 몇 가지로 한정되어 있고, 법률적 소유권의 유무를 따지는 것이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회사 담당자가 자주 접할 만한 무역 조건을 예로 들어 그 회계처리를 설명하겠습니다.
EXW (공장 인도 조건)
EXW는 매도인이 자신의 공장 또는 보관창고에서 매수인에게 모든 권리를 넘기는 것을 말합니다. 운송 과정에서 매도인이 책임지는 부분은 거의 없기 때문에, 매수인 입장에서는 가장 리스크와 부담이 큰 조건이라고 할 수 있죠. 물론 운송 과정에서의 비용 역시 매수인 부담입니다.
이 경우 회사가 매수인이라면 기말 결산 시점까지 매도인 측 공장에서 재고 인수 증빙 자료가 있는 부분은 모두 회사의 재고 금액에 포함합니다. 또한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역시 재고자산의 취득 부대 원가로 보아 재고자산 금액에 가산하면 됩니다.
FOB (본선 인도 조건)
이는 매도인이 지정된 선적항에서 매수자가 지정한 선박에 적재할 때 모든 권리가 넘어가는 조건입니다. 운임 비용은 이 역시 모두 매수자(수입자)가 부담하기 때문에, 위에서 설명한 EXW와는 재고 인식 시점이 공장 인도 시점인지 선박 적재 시점인지 다르다는 차이만 존재합니다. 따라서 회사가 매수인이라면 기말 시점까지 선적 증빙 서류가 존재하는 재고 자산은 모두 회사 재고로 포함하면 됩니다.
CIF (운임 보험료 포함 인도)
FOB와 비슷하지만, 필요 운임과 보험료는 매수인이 아닌 매도인이 부담한다는 차이가 존재하는 조건입니다. 따라서 회사가 수입자라면 선박에 선적된 재고는 모두 회사 재고로 포함하면 되나, 별도의 운임이나 보험료 등 재고 취득 부대 원가가 줄어드는 것이 특징입니다.
DAP (도착 장소 인도 조건)
앞 글자가 D로 시작하는 조건들은 대부분 매도인의 책임이 매수인 측 장소까지로 연장된 조건이라고 보면 됩니다. 즉 FOB나 CIF가 매도인의 선적항에서 권리 이전이 이루어진 반면, DAP 조건은 매수인의 도착항 이후에 권리 이전이 이루어집니다. 만약 기말 시점에 아직 국내에 도착하지 않은 재고가 있다면, 이는 회사가 결산상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