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는 어떤 회사에 대해 잘 알고 싶은 특정인의 요청으로 이루어지고, 실사 업무를 가장 많이 의뢰하는 주체는 ‘잠재투자자’입니다. 실사를 통해 피투자회사(이하에서는 ‘스타트업’)가 제시한 주요 정보를 검토하고 이를 통해 회사에 대한 이해도를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실사를 받는 스타트업의 상황


실사 업무는 ‘회계법인’이 잠재투자자로부터 의뢰를 받아 진행하게 되며, 스타트업의 기초정보 파악과 스타트업이 제시한 재무제표에 대한 검증 및 조정 업무를 기본으로 합니다. 그 외에도 잠재투자자가 관심을 가지거나 의문을 품고 있는 부분에 대해 객관적인 외부 전문가의 시각으로 견해를 제시합니다.

이처럼 실사는 투자유치 및 인수·합병의 성패를 결정짓는 요소이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이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상황이죠.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실사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실사를 받게 되는 스타트업의 상황을 이해해야 합니다. 실사는 기본적으로 스타트업이 제공하는 ‘재무제표’를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회계/세무/재무 역량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상당한 수준까지 성장한 스타트업은 자체 회계팀이 구축되어 신뢰성 있는 재무제표의 산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나,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그렇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회계법인/세무법인/개인세무회계사무소 등을 통해 재무제표 작성과 세금신고를 묶어서 ‘기장’이라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을 것이고, 이러한 외부 회계기장은 세금신고를 위한 목적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세무대리인과 실무자는 스타트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으며, 외부인이라는 한계로 회사의 현황을 자세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표면상 드러나는 거래의 증빙만으로 세금 신고를 위한 재무제표를 작성하게 되죠. 하지만 이러한 재무제표는 회계기준에서 요구하는 신뢰성 있는 재무제표와 차이가 존재하기 마련이며, 이러한 차이를 실사를 통해 발견하고 조정하게 됩니다.

실사 결과의 유사성


이러한 스타트업의 상황 때문에 기존 재무제표는 좋지 않은 방향으로 수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크게 보면 자산의 과대, 부채의 과소를 수정하게 되는데, 쉽게 설명해 자산성이 없는 자산을 제거하고, 회사가 인식하지 못했던 부채를 재무제표에 인식합니다. 자산이 감소하고, 부채가 증가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회사의 재무비율과 경영성과(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도 나빠지게 되죠. 이하에서 스타트업의 실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슈들을 정리해 보고자 하니, 우리 회사에도 해당하는 사항이 있는지 점검해 보면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

자산성이 없는 자산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산과 비용에 대한 개념을 정리해야 합니다. 어떤 지출이 발생했을 때 회계에서는 당기의 비용으로 모두 처리할 수 있고, 자산으로 인식하여 추후 특정 기간에 걸쳐 감가상각 등의 방법으로 비용을 나누어 인식할 수 있습니다. 종이컵에 대한 지출은 모두 당기에 비용으로 처리하겠지만 PC는 자산으로 인식 후, 지출액을 몇 년간 나누어 감가상각으로 비용 처리하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죠. 당연히 자산으로 인식하는 것이 회사의 영업이익과 재무비율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겁니다. 실사에서는 이렇게 자산으로 인식된 항목들이 실제로는 비용으로 처리되었어야 하는지를 중점으로 검토합니다. 이 중 중요한 항목이 ‘개발비’와 ‘선급금’입니다.

1) 개발비


많은 스타트업의 재무제표에서 개발비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개발비는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의 개발 또는 개량을 위하여 지출한 금액을 자산(무형자산)으로 인식한 것으로서, 해당 개발과 관련된 직원의 인건비, 퇴직급여, 외주비용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관련 지출을 자산으로 인식하면 영업이익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자산으로 인식하고자 하는 유인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회계기준은 이러한 지출을 개발비라는 자산으로 인식하기 위한 요건을 요구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개발비를 식별 가능(자산이 분리 가능하거나 계약상, 법적 권리로부터 발생)해야 하고, 제3자의 접근을 제한하여 통제할 수 있어야 하며, 미래의 경제적 효익이 유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야 하며, 지출 금액을 신뢰성 있게 측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나하나의 요건이 모두 까다롭지만, 특히 경제적 효익의 유입 가능성 부분이 스타트업에게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해당 개발 활동으로 매출 증대나 원가 절감이 실현된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시장지배력 등이 미흡한 스타트업이 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죠. 따라서 매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스타트업이 인식한 개발비는 실사과정을 통해 모두 제거되고 해당 지출은 모두 비용으로 처리되어 영업이익이 감소하게 됩니다.

2) 선급금


또 하나 중요하게 살펴봐야 하는 항목은 선급금입니다. 선급금은 재화나 서비스의 대가를 미리 지급하고 자산으로 처리한 항목입니다. 추후 거래가 완료되었을 때 재고자산, 유형자산 등의 자산으로 대체되거나, 지급수수료 등의 관련 비용으로 처리됩니다. 이처럼 선급금은 일반적인 비즈니스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정상적인 항목입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스타트업의 회계/세무/재무 역량과 상황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회계 기장은 발생한 거래를 숫자로 옮기는 과정이기 때문에 발생한 거래의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해당 거래를 자산으로 처리할지, 비용으로 처리할지, 계정과목은 어떻게 할지 등의 회계 처리가 결정되기 때문이죠. 자체 회계팀이 있는 경우라면 본인 회사의 거래를 매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회계전표를 입력하기 때문에 이 과정이 수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무대리인을 통해 아웃소싱으로 이를 처리하고 있다면 생각보다 이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근본적으로 세무대리인은 외부인이며, 거래 내용을 하나하나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지출 내용에 대한 파악이 힘들어져 선급금이라는 계정으로 누적되어 쌓이게 됩니다. 따라서 실사 과정에서 이러한 선급금의 세부 내역을 검토하게 되고 많은 경우에는 관련 비용으로 정리되어 영업이익이 감소하게 됩니다.

모르고 있었던 부채


부채는 보통 비용의 증가와 함께 장부에 반영되기 때문에 영업이익에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부채에는 은행 차입금, 외상대금 등과 같이 실제로 곧 현금의 유출이 동반되는 누구나 납득할 것들도 있지만, 회계기준에서 요구하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채들도 상당수 존재합니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세금 신고를 위한 목적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현실을 고려해 볼 때, 이러한 부채들은 장부에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며, 실사 과정에서 발견되어 부채의 증가와 영업이익 감소를 초래하죠. 이하에서는 이러한 부채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 퇴직급여충당부채


회사의 근로자들이 퇴직을 하게 되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퇴직금을 지급할 때 퇴직급여 항목으로 비용 처리하는 경우가 상식적이겠으나, 회계기준에서는 다른 관점으로 이를 바라봅니다. 회계기준에서는 근로자들이 회사의 ‘수익’ 창출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고 있으므로, 결산 기준일 현재 지급해야 할 퇴직금도 ‘퇴직급여충당부채’ 항목으로 결산일에 모두 인식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전혀 인식하고 있지 않다가 실사 과정에서 몇 년 치를 한 번에 장부에 반영하게 되면 재무적으로 매우 큰 타격이 올 수 있으므로 평소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설명을 덧붙이면, DC(확정 기여)형 퇴직금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면 정기적으로 납입하는 퇴직금을 납입 시 비용 처리하므로 부채를 인식하지 않아도 됩니다.

2) 기타 부채


퇴직급여충당부채는 부채라는 것에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외에 생각지도 못한 부채들이 회사의 상황에 따라 추가될 수 있는데, 기본적인 개념은 나중에 현금의 유출이 동반될 어떤 ‘의무’가 현재 회사의 ‘수익’ 창출에 영향을 주고 있다면 이를 지금의 부채로 인식하라는 거죠.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면, 판매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추후 A/S를 제공한다면 향후 발생할 A/S 비용을 ‘판매보증충당부채’라는 항목으로 지금 부채로 인식해야 하며, 사무실 계약 종료 시 원상태로 복구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 예상되는 미래의 원상복구 비용의 추정치를 ‘복구충당부채’라는 항목으로 역시나 지금 부채로 인식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를 예로 든 것이며 회사의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부채로 인식될 항목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실사를 대비하는 자세


실사를 받게 되는 스타트업의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실사 과정에서 위의 항목들이 반영되고 재무제표는 좋지 못한 방향으로 수정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잠재투자자도 이러한 스타트업의 현실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어서도 안 될 일입니다. 스타트업이 실사를 어떻게, 어느 수준까지 대비해야 하는지 정리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실사를 받는 수준의 스타트업 경영자라면 회계와 재무제표에 어느 정도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아무래도 한정된 자원을 사업 확장, 매출 증대 쪽에 배치할 수밖에 없겠지만, 회계의 중요성은 점차 증대될 겁니다. 1년에 한 번 법인세 신고를 위한 결산을 하고 있다면 결산 주기를 월/분기/반기 등으로 짧게 설정하여 지속적으로 재무제표를 점검해야 합니다. 세무 신고를 위한 재무제표와 회계기준에서 요구하는 재무제표의 차이점을 이해하고, 앞서 설명한 이슈들이 우리 회사의 재무제표에 적절히 반영되어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회사의 성장 수준에 따른 적절한 회계시스템 정립이 필요합니다. 외부업체에 100% 맡겨도 되는 상황인지, 내부 인력과 외부업체의 호흡이 중요한 단계인지, 회계팀을 만들고 외부에서 내부로 이관을 준비해야 하는 단계인지 점검해 보고 단계별로 준비가 필요합니다.

건전한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는 점도 잊으면 안 됩니다. 과도하게 복잡하거나 특이한 거래는 지양하되, 반드시 필요한 경우라면 전문가와 상의하고 대비를 해 놓아야 합니다. 우리는 실사를 의뢰한 잠재투자자의 의중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잠재투자자가 회계법인에 실사를 맡긴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굉장히 중요한 법률, 회계 리스크가 아니라면 함께 해결하자는 자세로 협상을 이어나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