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기업이 해운선사를 인수한 이유
하림그룹의 김홍국 회장은 작은 양계장에서 시작해 하림을 국내 축산업계 1위 기업, 그리고 축산업 분야 최초의 자산 10조원 규모 대기업집단으로 성장시켰습니다. 하림그룹의 성장스토리에서 주목할 점은, M&A를 통해 “곡물→해운→사료→축산→도축가공→식품제조→유통판매”에 이르는 밸류체인(가치사슬)* 전 과정을 그룹 내에 구축 및 통합관리가 가능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가금류 전문기업으로 시작한 하림은 축산업을 중심으로 후방, 전방 산업에 속한 기업들을 인수하였습니다. 제일사료(’01), 주원산오리(’02), 선진(’07), 팜스코(’08), 미국 대형 닭고기 전문업체 알렌패밀리푸드(’11), NS쇼핑(’12) 등을 인수하였습니다. 그리고 2015년 법정관리 중이던 해운선사 팬오션을 1조원에 인수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팬오션 인수 당시 김홍국 회장은 세계 최대 곡물회사인 카길(Cargill)이 곡물 생산부터 자사 보유의 벌크선으로 글로벌 유통까지 해내는 것을 롤모델로 삼아 하림 또한 “한국판 ‘카길’이 되겠다.”라는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식품기업이 해운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을까요? 하림의 주요 사업인 사료사업과 축산업 모두 곡물을 원재료로 합니다. 곡물의 매입을 대부분 수입으로 조달했던 하림그룹은 팬오션을 그룹 내 편입하는 후방 확대를 통해 원료의 해상운송비를 절감하고 안정적으로 원료를 조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M&A를 통해 기존 사업과는 다른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진출하여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전략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림그룹의 사례를 통해서는, 기존 사업의 밸류체인 내에서 사업 영역을 전후방 확대하는 M&A를 통해 기업이 성장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M&A에 있어 밸류체인은 중요한 개념이며, 우리 회사가 밸류체인의 어느 단계에 위치해 있는지, 회사의 전후방 산업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밸류체인(가치사슬): 원재료 유입에서 최종 소비자에게 유통·판매까지 각 단계에서 가치를 부가하는 일련의 과정. 밸류체인 내에서 후방 확대는 공급자 방향으로의 확장, 전방 확대는 소비자 방향으로의 확장을 의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