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기업의 기업가치를 나타내는 표현
2023년 1월 딜 시장은 냉담했던 작년 말과 사뭇 다른 것이 느껴집니다. 2023년이 시작되자마자 누군가는 좋은 회사에 투자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좋은 투자자를 찾기 위해서 분주한 모습입니다. 새로운 회계연도가 돌아와서일 수도 있고, ‘금리가 어디까지 올라갈 것이냐?’에 대한 답도 예상 가능한 수준이 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제로금리’ 시대처럼 딜 호황기가 되는 것은 요원합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2023년부터 누군가는 ‘빅딜’을 위한 착수 작업에 나섰다는 점이겠습니다. 마치 봄이 오기 전 ‘경칩’이 있듯,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앞으로 딜과 관련하여 자주 나올 용어 몇 가지에 대해서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바로 ‘프리 밸류(Pre-money Valuation)’과 ‘포스트 밸류(Post-money Valuation)’입니다. 한 번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비싼’ 기업은 어디인가요? 맞아요, 확실하게 삼성전자입니다. 어떻게 확실하게 말할 수 있었나요? 바로 삼성전자는 KOSPI 상장 기업이기 때문에, ‘시가총액 400조원’라는 객관적인 ‘가격표’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상장된 2,575개(2023년 1월 말 기준) 상장 기업은 이러한 가격표가 있어서, 이 회사는 지금 얼마짜리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반면 나머지 약 7백만 개(2021년 통계청 조사 결과)의 비상장기업은 이러한 가격표가 없습니다. 비상장기업은 얼마짜리라고 객관적으로 말할 수가 없는 것이지요. 그런데 ‘유니콘 기업’이라고 들어보셨나요? 한국에서는 통상 기업가치가 1조 원을 초과하는 비상장 스타트업을 유니콘 기업으로 분류해요. 이쯤에서 궁금증이 생길 것입니다. 경영진이 ‘우리 회사는 얼마 짜리입니다’라고 말하면 되는 걸까요? 비상장 기업인데 시가총액이라는 가격표도 없는데 말입니다.
비상장 기업은 시가총액이라는 가격표가 없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프리 밸류’ 또는 ‘포스트 밸류’라는 용어가 등장하게 됩니다. 비상장 기업은 딜을 위하여 상대방에게 인정받은 기업가치가 있습니다. 이를 기준으로 딜이 끝난 이후 최종적인 기업 가치는 ‘포스트 밸류’라고 합니다. 포스트 밸류에서 투자액을 차감하면 ‘프리 밸류’를 구할 수 있습니다. 즉 프리 밸류는 투자 전 기업가치, 포스트 밸류는 투자 후 기업가치를 뜻합니다. 물론 다수의 시장참여자가 결정한 ‘시가총액’에 비해서 객관성은 떨어지겠지만, 적어도 당사자 사이에서는 인정받은 가격표가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A기업이 B기업으로부터 100억원 투자를 받는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리고 B기업이 A기업의 지분율 10%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A기업은 B에게서 1,000억원(100억원/10%)의 가치를 인정받은 셈입니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A기업의 포스트 밸류는 1,000억원이라고 표현합니다. 프리 밸류로 표현하면, 900억원에 100억원 투자해서 지분율 10%를 확보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누적 투자금액’은 말 그대로 지금까지 투자 받은 금액을 단순 합산한 것으로 포스트 밸류와 개념이 조금 다릅니다. 예를 들어서 C기업이 2020년에 최초로 10억원을 투자받고 포스트밸류가 100억원이었다가, 2023년에 100억원을 투자받고 포스트밸류가 1,000억원이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C기업은 2023년까지 누적으로 110억원(100 + 10억원)을 투자받았습니다. 그런데 기업가치는 1,000억원입니다. 가장 최근에 인정받은 기업가치가 1,000억원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포스트 밸류, 프리 밸류는 마치 상장기업의 시가총액과 같이 비상장기업의 가격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상장기업의 딜을 다루는 기사에서 말하는 기업가치가 대부분 포스트 밸류, 또는 프리 밸류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때 이 기업가치가 포스트 밸류인지, 프리 밸류인지를 이해한다면, 그 회사가 얼마짜리인지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