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가 아닌 법인은 99%가 주식회사입니다. 즉, 주식과 지분율이 존재합니다. 단언컨대 여러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이슈 중 주식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영화를 통해 “내가 가진 주식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페이스북 창업 story를 담은 영화 <소셜 네트워크>

2010년에 개봉한 <소셜 네트워크>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당시에 많은 호평을 받았던 명작입니다. 페이스북이라는 거대한 회사의 창업 스토리를 흥미로운 구조로 풀어낸 영화로 일부 픽션 요소가 포함되어 있지만 큰 흐름은 전부 사실에 기반했다고 합니다. 영화 전체 내용을 리뷰할 필요는 없어 보이고 주식 이야기만 따로 해 보겠습니다.

2. CEO : CFO = 70 : 30

페이스북 창업자 저커버그는 하버드 재학시절 소셜네트워크 플랫폼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가지고 친구 왈도를 찾아갑니다. 페이스북 초기 투자금을 왈도에게 투자해 달라고 간 것이죠. 아마도 왈도 집안이 좀 여유 있었나 봅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아이디어와 개발을 맡고, 왈도에게는 투자금과 재무 관리를 부탁합니다. CEO와 CFO가 탄생한 순간입니다. 그때 저커버그가 왈도에게 제안한 지분이 70:30이었습니다. 즉 왈도는 투자에 대한 대가, 기업재무 관리에 대한 대가로 페이스북의 지분 30%를 갖고 사업을 시작합니다.

3. 페이스북의 실리콘밸리 진출

페이스북은 보스턴의 명문대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게 되고 왈도는 스타트업의 성지, 실리콘 밸리의 스탠포드에서도 페이스북 서비스를 시작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페이스북 소문은 실리콘 밸리에도 전해지고, 여기서 새로운 등장인물 숀 파커가 나옵니다. 숀 파커는 음악공유서비스 냅스터의 창업자로 실리콘 밸리의 유명인사였습니다. 숀은 페이스북에 한눈에 반했고 바로 저커버그와 왈도를 만나자고 제안합니다. 새로운 인물의 등장은 새로운 갈등을 만들기 마련입니다. 영화도, 실제 비즈니스도.

4. 첫 VC 투자유치

왈도는 당장의 이익 창출을 위해 페이스북에 광고를 받아야 한다고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던 저커버그와 숀은 이런 왈도를 무시합니다. 1조 원의 유니콘이 될 수 있는 사업을 눈 앞의 작은 이익으로 망치지 말라고 이야기하죠.* 왈도는 점점 소외되고 숀은 저커버그를 설득해 VC의 투자를 받게 됩니다. VC 투자자는 저커버그에게 투자유치를 축하하며 의미심장한 질문을 합니다. “왈도는 누구죠?”

* 참고로 지금 페이스북은 거의 1,000조 원 밸류입니다.

5. 함부로 주식 관련 계약서에 사인하면 안 됩니다.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데 전체 지분의 30% 씩이나 보유하고 있냐는 질문입니다. 그러면서 델라웨어에 새로운 법인을 설립해 지분 구조를 다시 짜자고 이야기합니다. 당연히 기존 주주인 왈도의 동의가 필요했고 VC 투자자와 변호사는 왈도에게 그럴듯한 설명으로 지분 구조를 설명합니다.

“저커버그는 투자 유치 과정에서 본인 지분율을 51%로 줄였고 숀 파커 등 새로운 주주들에게 6% 정도씩 지분을 나눠줬습니다. 그리고 왈도 당신의 지분율은 30%에서 34%로 증가했습니다. 왜냐하면 향후 새로운 투자자의 주식 발행 과정에서 발생할 희석효과를 사전에 고려한 것입니다. 또한 신주 발행 시 신주와 구주 교환비율도 사전에 고려했습니다.”

하버드 경제학과 출신 왈도는 좋아합니다. 비록 본인이 싫어하는 숀의 지분이 6% 정도 생겼지만 본인 지분에 비해 작아서 그러려니 했던 것 같습니다.

6. 34% → 0.03% 빼앗긴 주식

시간이 흘러 페이스북의 두 번째 거대 투자유치가 이어졌고 드디어 사고가 터집니다. 거대한 투자유치가 있으면 주식은 반드시 희석됩니다. 새로운 주주가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회사에 동업자로 참여했기 때문이죠.

이 경우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 비율대로 희석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왈도가 싸인한 희석 조건은 그런 일반적인 조건이 아니었죠. 거대투자로 왈도의 지분율은 34%에서 0.03%로 희석됩니다. 유식한 용어로 불균등증자라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보유하고 있던 구주를 저가에 강제 매각 당했을 수도 있습니다. 저커버그와 숀 파커 등 다른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하나도 줄어들지 않을 때 모든 희석이 왈도에게 일어난 것입니다.

7. 나의 주식을 지켜 주는 건 나 자신뿐입니다.

누가 나쁘고 잘못했고의 문제는 차치하고, 비즈니스에서 주식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주식과 지분율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왈도는 첫 서명을 하기 전에 계약서의 지분변동조건, 희석비율, 매도권 조건 등을 정확하게 살펴봤어야 합니다. 물론 주식 관련 용어들은 굉장히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만 잘 가지고 있었어도 전문가의 조언을 구했을 겁니다.

결국 주식을 잘 지키려면 1) 주식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하고, 2) 전문가와 꼭 상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