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사 시리즈A 투자 유치 성공, 기업가치 500억 원’과 같은 문구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스타트업 경영진은 없을 겁니다. ‘우리 회사는 언제쯤…’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래서 현재 우리 회사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라는 궁금증이 뒤따라오는 것이 당연지사죠.
우리 회사는 외부에서 투자를 받아본 적도 없고 주식이 거래되어 본적도 없는데, 우리 회사의 가치는 대체 얼마고 어떻게 측정하는 것일까요?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당연하게도 매우 주관적이고 많은 추정이 동반되는 불확실성의 영역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M&A나 투자유치 등을 위해 기업가치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고 이 때문에 여러 가지 평가기법이 존재합니다. 여기서는 시장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비상장주식의 평가 방법 3가지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1. DCF
현금흐름할인법(Discounted Cash Flow Model; DCF)이라고 하며 가장 일반적인 평가방법의 하나입니다.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회사가 향후 영업을 통해 벌어들일 순현금흐름(이를 한마디로 잉여현금흐름, FCFF라고도 합니다)에 대하여 할인율을 적용하여 현재가치로 평가함으로써 현재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이죠.
앞으로 회사가 벌어들일 현금만 추정할 수 있다면 재무정보가 불충분하고 이익이 나지 않고 있는 스타트업에도 사용할 수 있는 등 범용성이 넓은 장점이 있으며, 현금흐름만 정확한다면 어느정도 신뢰성 있는 평가를 담보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가장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방법이므로 그 방법론에 대해서 누군가가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다만,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회사의 미래를 그것도 구체적인 현금흐름을 몇 년간이나 추정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많은 가정이 내포되므로 추정된 현금흐름을 100% 신뢰할 수 없다는 단점 또한 존재합니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기업가치평가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방식 중 하나이므로 최소한 산출 논리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는 편이 경영진에게는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만일, DCF로 우리 회사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고자 한다면, 가장 일반적으로는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향후의 손익을 정리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투자활동, 그리고 창출되는 잉여현금흐름(FCFF)을 계산하여야 합니다. 어떤 논리와 데이터를 근거로 합리적이고 설득력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회사에 유리한 추정을 할 수 있는지가 결국 핵심이 될 것입니다.
2. EV/EBITDA (멀티플)
해당 평가방법을 논하기에 앞서서, EV와 EBITDA라는 개념을 먼저 알고 가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EV는 한 마디로 기업가치를 뜻하며, EBITDA는 Earnings Before Interest, Taxes,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의 줄임말로 이자비용, 세금, 감가상각을 빼지 않은 순이익으로 계산됩니다. EBITDA는 어떤 기업의 실질적인 수익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제 본론으로 돌아와서 멀티플(EV/EBITDA) 평가방법은 회사의 EBITDA에 동종업계 업체들의 평균적인 멀티플을 곱하여 회사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의 EBITDA가 10억일 때, 동종업계의 멀티플이 7이라면 우리 회사의 가치는 70억이 되는 것이죠. 즉, 동종업계의 다른 업체들이 보유한 수익창출능력(EBITDA) 대비 기업가치(EV) 배수를 우리 회사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상대적인 평가방법입니다.
멀티플은 DCF처럼 기업가치를 구체적으로 평가하기 보다는 상대적인 가치를 비교하여 대략적으로 추산하는 방법에 가깝습니다. 비교적 간단하고 직관적으로 회사의 가치를 구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M&A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거래가격의 기준점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의 EBITDA 가 10억일때 우리 회사가 동종업계 회사들보다 높은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을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면 8배수 혹은 9배수를 적용받아 80억, 90억 밸류로 거래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이고, 그 반대라면 5배수, 6배수를 적용받아 50억, 60억으로 거래됩니다.
EBITDA는 이익이 나는 회사라면 DCF처럼 복잡한 추정이나 가정 없이 손쉽게 구할 수 있으므로 이익이 나기 시작하는 회사의 CEO 혹은 CFO 라면 기억해 둘 가치가 있는 수치입니다. 또한, 동종업계의 멀티플에 관심을 갖는 것도 우리 회사의 가치를 추산해보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3. 상증세법 비상장 주식평가
회사의 순자산가치와 순손익가치를 가중평균하여(일반적으로 2:3) 회사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입니다. 이익이 나지 않거나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회사 등 법에서 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회사는 순자산가치(혹은 순자산가치의 80%) 만으로 평가받기도 하죠.
상증세법에서 정해진 비상장 주식평가는 절대 회사의 가치를 담보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증세법 비상장 주식평가가 사용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특수관계자간의 거래에 대해 과세관청이 올바른 가액으로 거래를 했는지를 판단하는 지표가 상증세법 비상장 주식평가이기 때문입니다. 즉, 납세 목적으로 회사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특수관계자간의 주식을 사고 판다면 과세관청은 그 거래가액을 정상적인 주식의 시가로 인정하지 않고 시가를 다시 계산하여 부의 무상 이전이 있는지를 판단합니다. 이때 기존에 제3자와 주식을 거래한 가액 등 다른 적절한 시가가 없다면 상증세법 비상장 주식평가 방법을 이용하여 시가를 산출하고, 이를 특수관계자간의 거래가액과 비교하여 과세 여부를 결정합니다.
다른 방법을 사용한 시가가 절대 인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과세관청의 과세 시도를 원초적으로 막기 위해 특수관계자간에 주식을 거래할 때는 비상장주식 평가를 받고 그 가액으로 거래를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