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대 초반은 코로나로 인한 유동성 확대로 투자 시장이 활성화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여러가지 회사가 투자를 받거나 상장을 했습니다. 당시에 평가된 기업가치는 단순히 전통적인 기업가치 평가방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경우가 빈번했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새로운 평가방법을 적용한 사례가 생겨났습니다. 시장에서 많이 사용되지 않던 독특한 기업가치평가방법과 논리를 통하여 각각 상장과 매각을 했던 3개 회사의 현재까지의 성적표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밸류에이션(기업가치평가)의 한계와 재미를 동시에 느껴보고자 합니다.
오늘은 두번째 시간으로 중고차 거래 업계의 대표 주자인 케이카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케이카는 에스케이엔카의 직영부문을 별도로 인수하여 설립된 회사로서 중고차를 직매입 후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 평가방법
케이카는 이익이 나는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PER 혹은 EV/EBITDA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지 않고 PSR, 즉 회사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평가받고자 하였습니다.
케이카가 일반적으로 IPO에는 잘 활용되지 않는 PSR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면서 내세운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 매출은 영업이익 등에 비하여 변동성이 낮음
- 산업 내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전환기에 진입하게 되면 기업 매출액의 크기가 향후 성장성 및 수익성 등 회사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며, 중고차 시장은 ‘온라인 매매 활성화’와 ‘B2C 시장 성장’ 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고 있음
한마디로 중고 매매시장이 새로운 패러다임인 온라인 B2C 거래 위주로 변화하고 있고 이러한 시장의 변화를 반영한 올바른 기업가치평가방법은 단순한 이익이 아닌 매출에 비례하여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케이카는 해외의 중고차 매매 회사 6개를 비교대상회사로 선정했습니다. 국내는 상장사가 없고 케이카가 독보적인 지위에 있으므로 비교대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6개 회사의 평균 PSR 은 1.59배였고 회사의 매출액을 반영한 주당 평가액은 56,823원이었으나 할인을 반영한 희망 공모가는 34,300원~43,200원이었습니다.
- 상장 결과
케이카가 희망한 공모가와 달리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가 적었고 결국 25,000원이 확정 공모가액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기관 투자자들은 PSR을 적용한 기업가치평가에 의문을 가졌고 희망 공모가를 한참 하회하는 가격으로 공모가가 결정되었습니다. 케이카는 상장 후 곧바로 상한가를 기록하지는 못했으나 꾸준히 가격이 올랐고 상장 몇 달 후인 2021년말쯤 43,200원을 기록하며 (우연히도, 희망공모가의 상단과 일치) 흥행을 이어갔습니다.
- 2022년 ~ 현재 실적
그러나 2021년말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가며 최근 주가는10,000원을 기록하며 최고가 대비 25% 수준, 공모가 대비 40%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생각한만큼 실적이 나오지 않았던걸까요? 아니면 단순히 매출액으로 평가받길 주장한 이유가 이익이 나지 않기 때문일까요?
케이카는 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고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케이카 연도별 손익 요약>
(단위 : 백만원)
구분 | 연도 | 매출 | 영업손익 | 당기손익 |
상장전 | 2020년 | 1,323,113 | 37,698 | 24,130 |
상장후 | 2021년 | 1,902,394 | 71,109 | 46,775 |
2022년 | 2,177,262 | 50,048 | 30,364 | |
2023년 반기(6개월) | 1,023,373 | 28,680 | 18,125 |
결국 실적이 양호하고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상장 당시 기업가치평가방법에 대해서 시간이 지난 지금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해석할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상장 당시 비교대상회사의 PSR 은 1.59배, 회사의 확정 공모가를 기준으로 한 PSR 은 약 0.7배였으나 현재 PSR은 0.2배 수준에 불과합니다.
4. 시사점
어쨌든 꾸준하게 실적을 내고 있고 하나의 시장을 명확히 점유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주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고 보여집니다. 다만, 케이카 입장에서 아직까지 회사의 주가는 다소 쓰라린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다른 투자자와 피투자자에게 PSR 이 초기 단계 이후인 시리즈B, C 혹은 최종 무대인 IPO나 M&A 등에서는 어째서 잘 활용되지 않는지를 직접 증명해주는 사례가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어떤 지표도 회사의 가치를 명확히 보여주기는 어렵지만 매출액은 기업가치와 비례하기엔 다소 단순한 1차적인 지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